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내게는 이해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이 책은 여성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겪어보지 못한 디아스포라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라는 경계인의 삶이 뒤섞인 이 소설은 낯선 정서로 쉽게 읽히는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

주인공 엘사는 모계로 유전되는 저주와 반복되는 비극이라는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과학의 세계로 도피한다. 하지만 빨간 댕기 머리를 한 소녀가 엘사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고, 결국 엘사는 어머니가 남긴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다.

어머니가 숨겨놓은 비밀은 무엇이고, 엘사의 눈앞에 보이는 빨간 댕기 머리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엘사의 어머니가 남겨놓은 전래동화 속 여성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그것은 엘사가 외면하려 했던 어머니의 상처이자, 한국인 여성으로서의 뿌리 그 자체이며 정체성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어머니의 전래동화와 대물림되는 저주는 엘사의 핏줄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과학이라는 이성의 세계로 도망쳤던 엘사의 눈앞에 나타난 빨간 댕기 머리 소녀와 같은 비현실적인 존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비극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치유의 시작인 셈이다.

제목처럼 이들의 삶은 '메아리'를 닮았다. 시공간을 넘어 어머니에게 전해졌을 이야기가 다시 딸 엘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와 울려 퍼진다.

하지만 메아리는 결국 소통의 시작이라고 본다. 엘사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비극의 반복을 끊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희망의 울림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단순히 비극을 마주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그 끝에 희망을 건네준다는 점이 내게 여운과 만족감을 주었다.

"저마다 미지의 우주를 품고 있다. 나는 그것이 두렵지 않다. 경이로울 뿐이다. 그리고 얼마나 슬프겠는가, 모든 수수께끼가 해결되어 세상 만물이 이해의 영역에 있다면? 별을 올려다볼 이유도 없지 않을까? 우리 옆에 있는 얼굴을 볼 이유도?" - 59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