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지옥
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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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인쇄되자마자 빠르게 접하게 된 소설집이다. 망한 사랑을 다룬 단편집이라 제목에 '지옥'이 들어간다는 건 알겠는데, 왜 '지옥' 앞에 '다정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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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꿈이어도, 제아무리 고난이 닥쳐도, 그리하여 종래 모든 것이 부질없어지는 순간 닥친다 해도.

그래도 말했어야 했다, 그대 연모한 마음 후회하지 않는다고.

167p

이 문장을 보고 비로소 '아, 이래서 다정한 지옥이구나' 싶었다. 종말이 파멸일지라도, 혹은 모든 것이 부질없어지는 순간이 올지라도 기꺼이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것. 그 무모함이 다정함이 되는 것일까? 비극이 예견된 다음 페이지를 멈추지 못하고 넘기게 되는 나의 마음 또한, 이런 맹목적인 사랑과 닮아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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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스펙트럼 또한 다채롭다. 판타지적이고 전래동화 같으면서도 인외 존재와의 서사까지, 정형화되지 않은 사랑의 형태들을 담은 이 책은 그야말로 '망사 종합 선물 세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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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전히 단편 속 이야기들에 나를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스토리를 따라가며 슬쩍 웃기도 하고 슬픔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 경험이 참 좋았다. 다 읽고 나서도 각 단편이 남긴 여운 때문에, 한밤중에 침대에 누워 한참이나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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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편이 하나같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큰 파고를 일으킨 작품은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이다. 귀여운 너구리가 신선이 되기 위해 아씨를 위한 연화검을 찾는 내용인데, 초반의 가뿐하듯 유쾌한 분위기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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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장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아름다운 단편들이 단편으로만 끝난다는 게 독자에게는 일종의 고통이라는 걸 작가님이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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