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상 -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 환경부 선정 "2016 우수환경도서"
켈시 티머먼 지음, 문희경 옮김 / 부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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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켈시 티머먼'을 아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베스트셀러 '나는 어디에서 입는가?'

'식탁위의 세상'의 저자이자,

 


타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포트폴리오 지에

기고를 해 온 저널리스트이고,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내고야 마는

끈질긴 모험가이다.

 

 

평소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들을 동경해왔다.

나도 저널리스트가 되겠다고,

그래서 세상의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다듬어내어 사람들에게

휴머니즘을 전하고 싶노라고,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그러던 찰나,

도서출판 부키에서 신간 '식탁 위의 세상'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우연한 기회에 첼시 티머먼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내가 평소 개인적으로 추구하던 세계관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래서 책을 받아 볼 기회를 얻게 된 거였다.

 

 

 

먼저, 이 책은 비문학이다. 그러니까, 그의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 뚝심있고 호기심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장장 375페이지에 걸친

그의 기나긴 여정과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했다.

 

그가 평소와 같이

스타벅스의 콜롬비아 로스트를 내려 마시던 중,

 

문득 이 커피가 정말 콜롬비아에서 왔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나였다면 ', 그랬겠지 뭐.'라면서 넘어가 버렸을 그 질문에

그는 답을 찾기 위해서 직접 '콜롬비아'로 떠난다.

 

와우.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서아프리카'

바나나 원산지 '코스타리카'

바닷가재를 낚아올리는 '니카라과'

그리고 사과주스를 만드는 사과 생산지 '중국'

 

으로 떠나,

각 국에서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그 음식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오는지를

정말 생생하게 기록하고 담아서

전달해준다.

 

이 과정에서 그가 가장 주목해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커피, 초콜릿, 바나나, 바닷가재, 사과주스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고된 노동을 통해

험준한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거두어들이는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

*

*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음식들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

*

*

 

일단 커피는, 그냥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

재빨리 내려 마시는 흔하디 흔한 커피가 아니라,

가파른 산비탈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매달려 커피를 따는 농부들의 결실이었다.

가장 가증스러운(?) 점은,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속이는 마케팅'을 펼쳐 온 커피 판매점들의 상술이었다.

차라리 그런 말이나 하지 말지.

 

 

초콜릿은, 당분이 땡길때,

얼른 편의점에 들러 잔돈을 내고 사먹을 수 있는 간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코브라에 물려 죽을 수도 있는 우림에서

심지어 몇몇은 노예에 가까운 상태로

끝도없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카카오 열매로부터 얻어진 고귀한 음식이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초콜릿 한 입에

생사를 알 수 없는 떠나간 동생을 그리워하는

아프리카 한 마을 여자의 눈물이 있었다.

 

바나나도, 내가 마트에서 들었다 놨다 하면서

비싸네 마네 생각하기만 했던 과일이 아니라,

폭우를 뚫고 출근해, 빗속에서

농약을 맞아가며 일했던(지금은 농약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농부들의 고되고 고된 노동이

제 값도 받지 못한 채 거래되는

그런 과일이었다.

그리고 그 적은 임금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을 부양하며

그 아이들만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한 아버지의 따뜻한 부정이 담긴

그런 과일이었다.

 

 

바닷가재는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고급 요리라고 한다.

켈시 티머먼이 이번에도 역시 직접 잠수를 하려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줄 앎에도 불구하고)죽을 고비를 넘기는 순간을 읽으면서

역시나 이렇게 영화에나 나올법한

스펙터클한 잠수부들의 하루 하루가 모여

지금의 바닷가재 요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사과주스도, 오렌지주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빵과 함께 정말 쉽게 먹던

그런 사과주스가 아니었다.

일단 사과주스는 '사과농축액'이 들어간 주스였고,

(난 평소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먹었다.)

이 농축액은 대게 중국에서 왔다.

중국산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 FDA도 전체 수입식품의 2.3퍼센트 정도만을 검사한다고 하니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 수입될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물론 그 사과를 만들어내는 농장의 중국인 농부들은 사과주스를 마시지 않는 역설적인 환경에 처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런 사실들을 밝히면서

그는 단순히 그의 체험 수기만을 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는, 단순한 데이터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진짜 사실들을

그가 체험한 노동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이성' '감성'

'데이터' '체험'의 조화가

그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을

설득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이건 정말 믿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 끼, 한 끼 식사를 이어나갈 때마다

이 음식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뭐든지 쉽게 구하려 하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도시인으로서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켈시 티머먼!

 

그의 전작, '나는 어디에서 입는가?'

도 어떤 내용일지, 꼭 사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도전정신의 모험가 켈시 티머먼,

읽기 쉬운 번역은 물론, 자세한 각주와 설명을 해 주신 번역가 문희경님,

궁금해지는 그리고 공감가는 표지 디자인의 최성경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해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해 주신 부키 출판사까지

또 한번,

모두의 소중한 노력을 통해

 

세상은 오늘도 이렇게 바뀌고 있다. :-)

 

 

 

 

***

 

 

http://whereamiwearing.com/

 

 

 

그가 지금도 글을 올리고 있는 whereamiwearing 사이트도 재미있다.

이렇게 켈시 티머먼의 팬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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