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 내 사랑의 그림자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0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성귀수 옮김 / 아티초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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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아티초크의 빈티지 시선 중 몇 권을 구입했다가, 지난 번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에 이어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를 읽게 됐다.

내가 선택한 표지는 아리따운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 처음에 책을 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표지 속 여성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이 표지를 선택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어갈 때 쯤, 아니 한 중간 쯤 읽었을 때 깨달았다. 아. 이 표지가 진짜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표지였구나.ㅋㅋㅋㅋㅋㅎㅎㅎㅎ

정말이지 처음에는 뭣모르고 지하철에서 읽다가 약간 민망해져서 책을 좀 좁게 펴서 몰래(?) 읽기도 했을 정도였다. 푸하하.

캬. 정말 사랑꾼도 이런 사랑꾼이 없다.

아폴리네르의 사진이 책 중간 중간 인쇄되어 있는데, 눈망울이 부리부리한 그의 얼굴만 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사랑을 할 것 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사랑하고 찬미한, 이 책의 주인공 루! 루이즈 드 콜리니샤티용의 사진도 있는데, 우와 정말 지금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러니 아폴리네르는 얼마나 그녀가 아름답게 느껴졌을까? 이건 사진을 봐야 더 감정이입이 잘 될 것 같아서 구글링을 통해 사진을 가져와 봤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과 같은 사진이다! 사진은 아래에 있다.

사진출처: 아티초크 출판사 트위터 https://twitter.com/artichokehouse/status/658645456071692288

 

좀 민망한 구절도 다소 (아주ㅎㅎㅋㅋ) 많은데, 이게 처음에는 오잉? 이러면서 놀라면서 봤지만 뒤로 갈수록, 그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한 좌절을 시적으로 승화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시인의 심경변화가 정말이지 그대로 전달이 되어 느껴졌다.

 

뭐 이 책의 앞에 보면,

'아폴리네르

프랑스의 유일한 시인'

이라고 블레즈 상드라르 라는 작가가 이야기했다고 하고,

​'그는 최전방에 자원해 죽음을 무릅씀으로서

사랑을 정당화했다.'

라고 클로드 드봉이라는 작가도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요 시선을 읽으면 정말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전에 우연히 TV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떤 음악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 대중가요에서는 마음 아픈 사랑이 참 많이 표현됐었는데, 요즘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면 사랑까지 가지도 않고 썸만 탄다, 라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마치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었달까? 아폴리네르의 깊고 열정적인 사랑은 요즘 시대를 사는 내가 보았을 땐 정말이지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일단, 이렇게 많은 양의 시를, 최전방에 자원에서 포격을 하는 와중에, 사랑하는 그녀를 떠올리면서 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나는 이렇게나 편하게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서도 하루에 시 한 편도 제대로 쓸 수 없건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폴리네르처럼 -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 조금 더 마음 속 깊이 동경하고 열망하는 그런 사랑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다면, 메마른 요즘 사람들의 감성이 조금이나마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 요새는 조금만 진지하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오글거린다'라는 말로 그 진심을 폄하해 버리는 행위가 싫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시들을 읽고 나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요?

물론, 이번에도 정말 좋은 번역가님의 번역, 인상 깊었다. 성귀수 번역가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시집 맨 뒤의 해설을 읽고 나서야 조금 더 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문학을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탄생하고, 그 책이 한 사람의 가슴에 이토록 많은 영감과 열정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니....... 정말 가슴 벅찬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초반의 열정적인 사랑을 간접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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