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메이커입니다
크리스티나 피카라이넌 지음 / SISO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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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는 한때 내 꿈의 직장이었다. 지원했던 수 많은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갈망하던 직장인이 되었지만 숨막히는 조직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나는 줄곧 집으로 취직하길 바랐다. 백수가 가장 적성에 맞는데 경제력은 없고, 그러자니 전업주부가 그에 가장 가까운 모습처럼 보였달까. 전업주부의 실체도 모르고 떠올린 허무맹랑한 생각은 실제 전업주부가 되어서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당사자가 아닌 시선에서 전업주부는 프리라이더처럼 보일 수도 있다.(특히 아이가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집안일에 전문성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아는 어떤가. 돌봄의 노동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아 언제나 무가치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막상 전업주부가 되고 나니 한때 나도 가졌던 세상의 이런 시선에 주눅 들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아이가 없다면 당장 이 우울의 늪을 뛰쳐나와 일을 통해 내 자아를 다시 찾아보겠는데, 양가 어디에도 맡길 수 없는 독박 육아 전업주부는 그저 이 시간을 울화를 품고 버티기만 했다.




그런 나날 중에 <나는 홈메이커입니다>라는 책을 만난 건 새로운 사고 전환의 기회였다. 미국에서는 전업주부를 'home maker'라고 부른다고 한다. house가 아니라 home인 이유는 home이란 단어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포함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 돌아와 안락함과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홈메이커는 이런 집의 분위기를 만드는 꽤나 중요한 역할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저자 크리스타 피카라이넌 역시 나처럼 처음부터 홈메이커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학위를 가질 정도로 지적인 열의가 대단했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해왔다. 그러다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풀타임 홈메이커로 살아가게 되었다. 정신 없는 육아 중에 여느 엄마들처럼 우울도 겪고 자아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던 그녀는 생각을 달리 하기로 결심했다. 



가족에게 안락하고 행복한 가정을 선사하려면 홈메이커인 자신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가족을 위해 당연한듯 희생하고, 집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개입하느라 잠식당하고 있는 전업주부의 삶을 단단하게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저자는 자신을 채우는 자기계발들을 추천한다.   



저자가 꼽는 최고의 투자는 '독서'와 '운동'. 안과 밖이 모두 단단해지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루틴을 만들어줘 하루가 더 활기차질 것이다. 독서와 운동의 효용은 경험해본 사람은 알고 있지만 시간이나 마음가짐 등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데, 책에서 저자가 던지는 조언들은 나약해져가는 마음을 다시 굳건하게 다지게 만들어주었다. 



어떤 일이든 근무 종료시간이 있듯 홈메이커의 일에도 하루의 끝맺음이 있어야하고,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즉 홈메이커를 전문적인 직업처럼 대하며 일에서 빠져나와 엄마로서의 개인적 삶과 분리하는 시간도 가지라는 것. 특히 집으로 출근해서 주부의 일을 해낸다는 마인드를 갖기 위해 복장부터 다시 살펴보자는 조언은 꽤나 솔깃했다. 자고 일어난 그대로 어쩔땐 세수조차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내 삶을 어떻게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겠는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제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참고할만 했다. 이제 막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며 기저귀 버리기나 빨래 수거함에 넣기 등을 시작한 아이가 앞으로 가정에서 자기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잘 인지하고 제대로 해나갈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 



이 밖에도 책 속에는 다양한 팁들이 담겨 있는데, 10년 간 저자가 실생활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이야기들이라 너무나 공감이 갔다. 힘이 나는 문장들도 여럿 있어서 지칠 때마다 책을 꺼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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