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웹소설 쓰기에 관심이 많아 강의를 찾아 들었다. 지금 MZ세대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웹소설을 분석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다른 콘텐츠보다 유난히 독자들의 니즈와 만족감이 글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웹소설. 독자들이 웹소설을 보는 목적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주인공의 고난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갈등이 안나오는 것은 스토리 자체에 생명력이 없으니, 사이다 전개 속에 갈등을 솜씨 좋게 삽입해야하는 것이다. 정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마침 윌북에서 창작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아주 두툼하고 기특한 책을 펴냈다.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글쓰기 강사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가 펴낸 <딜레마 사전>은 이야기 속에 발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내적, 외적 갈등 110가지를 담았다. 정말이지 책 날개에 쓰인 '인간이 느끼는 딜레마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역경을 좋아하지 않고 대개 피하려 노력하지만, 사실 그것을 극복하는 행위는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p16) 




갈등을 겪고 투쟁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여러가지 감정을 겪는다. 두려움,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있지만 갈등을 끝내 극복해내는 캐릭터의 모습에 삶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위한 용기를 얻기도 한다. 갈등 없이 변화는 없다. 그러니 갈등 없는 성장도 없다. 



저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갈등의 구조로 6가지 고유한 플롯 형식에 귀속된다고 단언한다. 절망을 벗어난 상승, 꾸준한 추락, 추락-상승, 상승-추락, 상승-추락-부활, 추락-상승-추락. 아마도 지금 인기 있는 웹소설의 구조는 꾸준한 상승의 구조이거나 추락-상승의 구조를 띤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중심 갈등 역시 심플하게 정리 된다. 캐릭터끼리의 갈등, 캐릭터와 사회의 갈등, 캐릭터와 자연의 갈등, 캐릭터와 테크놀로지의 갈등, 캐릭터와 초자연적 존재의 갈등, 캐릭터와 자아의 갈등. 창작자는 이런 갈등을 통해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갈등은 캐릭터가 어떻게 나아갈 지 목적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장치이기에 이야기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갈등의 구조와 속성, 그리고 이야기에 맞는 갈등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가이드한 서론이 끝나면 본격적인 사전형식을 띤 갈등 목록들이 펼쳐진다. 갈등 유형의 카테고리는 '관계상의 갈등', '실패와 실수', '도덕적 딜레마와 유혹', '의무와 책임', '압력 증가와 시간 압박', '승산 없는 시나리오' 이렇게 크게 6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그 분류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목록들이 열거되고, 해당 사건들에 대해 가능할 수 있는 전개들을 다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당 사건들의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부터, 사건으로부터 생길 수 있는 '사소한 문제', 그리고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 '생길 수 있는 감정', '생길 수 있는 내적 갈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특성', '기본 욕구에 미치는 영향', '대체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특성'과 그 결과가 서술되어 있다.   



목록만 보아도 창작자의 시름을 덜어줄만큼 아이디어가 넘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책 속 방대한 갈등 목록들은 실제하는 스토리들의 원형 같은 구성을 정리한 것일테다. 



그래서 다소 아쉬운 부분은 너무 목록 위주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 자체가 창작자가 갈등을 구성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뒤적이는 참고서 같은 것이여서 그 목적에는 분명 충실한 책이지만, 읽는 재미면에서는 아쉬움이 든다. 어떤 이야기들이 이런 갈등을 보여주는지 사례들이 기존에 실제하는 스토리를 가져왔다면 읽는 재미가 좀 더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려는 창작자에게는 기존 이야기를 베끼는 꼴처럼 보여 좋지만은 않겠다. 책의 제목 자체가 '사전'이니 사전의 역할을 충실히하면 되는 것이지 뭐.



소설의 3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 중 '사건'에 집중했다면 인물과 배경을 다룬 사전도 이미 윌북을 통해 출간되어 있었다. 캐릭터 창조를 위한 가이드인 '트라우마 사전'과 '캐릭터 직업 사전', 그리고 배경 연출 가이드인 '디테일 사전- 도시편'과 '디테일 사전- 시골편'. 데이터베이스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만끽했으니 나머지 책들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창작자를 꿈꾼다면 생각이 꽉 막힐 때 필요한 뚫어뻥처럼 한 권쯤 구비해두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