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만이 살길 -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는 27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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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PR의 이해'라는 강의에서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 브랜드 스토리를 꽤 인상깊게 들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가진 이 브랜드는 히피였던 두 창업자 벤과 제리가 만들었다. 그들은 히피들의 귀농 공동체에서 깊은 영감을 받게 되고 지역에서 난 유기농 재료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로 한다. 자본주의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시기에 그로인해 파괴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브랜드의 탄생. 이 브랜드는 이익의 일부를 환경보호와 빈곤, 성소수자, 인종차별 등 약자를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원료 역시 성장촉진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은 젖소로 부터 얻은 원유를 사용한다. 지금에야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려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가 갓 주목을 받던 시기였고, 이 스토리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처음 경험한 스토리의 힘이었다.



<스토리만이 살길>은 출판, 방송, 영화, 광고계를 망라하는 세계적인 스토리 컨설턴트 리사 크론이 밝히는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는 27가지 스토리 법칙'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부터 승객들의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항의 공사 안내 방송과 브라질 특유의 축구 열정을 장기 이식 캠페인으로 성공적으로 연결시킨 스토리를 대조해서 들려주며 스토리의 본질은 어떠해야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스토리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우리는 종종 객관적인 사실과 수량화된 데이터, 통계 등이 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의 도구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정보를 접했을 때 우리 머리에 남는건 거의 없다. 진화론적으로 우리는 스토리에 끌리고, 스토리를 더욱 잘 기억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토리는 오래된 '가상세계'이다. 스토리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인지하게 만들어주고, 공동체에 소속감과 친밀감을 형성해주는 주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지적 무의식은 스토리에 더욱 반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사실이란 결코 객관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입장과 맥락에 따라 사고하기에 같은 정보도 받아 들이는 주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실만 관심을 갖는다. 특히 자기 믿음을 입증하는 사실에는 유난히 끌린다.


플라톤 이래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한 것처럼 여겨왔다는 점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의사결정을 할 때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감정'이라 말한다. 일단 느끼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감정이 수반된 기억이 훨씬 오랫동안 우리 뇌리에 남는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설득하는 내용은 감정이 담긴 스토리여야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은 뇌가 반응하는, 끌리는 스토리의 법칙들을 자주 회자된 성공한 광고 캠페인 등 실제 사례들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정의하는 스토리란 '주인공의 머릿 속에서 일어나는 일', 즉 '내적 투쟁으로 인한 깨달음'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가진 잘못된 믿음을 진실로 인도하는 깨달음의 포인트를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토리 타깃을 정하고, 상대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의 믿음을 바꾼다는 것은 꽤나 저항감을 일으키는 일이기 때문에 그 속을 파고들, 잘못된 믿음을 품게 된 이유를 건드릴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건 논리적인 사실 설명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한다. 이 포인트는 간결해야하지만, 표현방법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긴장과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책 속에는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참고할 수 있는 풍성한 사례들과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게 실전 연습을 위한 질문도 마련되어 있다. 이를 따라 연습하다보면 보다 핵심에 다가서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악용되면 가짜뉴스와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부디 현명한 활용을 당부한다. 그러고보니 대중을 선동시킨 많은 프로파간다가 사실보다는 대중이 듣고 싶었던, 잠재의식 속의 악랄하고 모순된 감정을 끄집어낸 스토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스토리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 우리를 즐겁게 할 유희거리쯤으로 가볍게 치부했다. 하지만 스토리는 상대를 설득하고 나아가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스토리는 뇌에 콕콕 박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메시지를 남긴다. 스토리의 힘을 실감시켜준 책, 그래서 스토리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의 법칙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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