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하와이 - 오아후.마우이.라나이.빅아일랜드.카우아이, 2022-2023 최신 정보 수록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재서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힌지 2년이 넘었다.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이들의 가슴 속에는 그리운 곳 하나씩 맺혀있을터. 나에게는 하와이가 그런 곳이다. 6년 전 친구 부부와 함께 떠났던 하와이는 공항에 도착하자 천국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렇게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라니. 훌라를 추며 내젓는 살랑살랑 나비 같은 손짓이 바람결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 했다. 



사실 내 여행 스타일은 떠나기 전 촘촘한 계획을 짜고 다녀온 이들의 블로그를 수 백번도 넘게 탐색해 눈을 감고도 그 거리가 그려지게 만들 정도로 사전 준비가 철두철미한 편인데 - 이런 성향은 과거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유럽 길바닥에서 지도를 보고도 길을 못 찾아 질질 눈물을 흘리며 돌아다녔던 악몽 같은 기억 때문이다. -  긴 서울 생활을 정리하며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마음을 정리하는 힐링 여행이기도 했고, 함께 떠난 친구들이 쇼핑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같이 움직이기 위해 따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여행책 한 권 안보고 여행을 떠난 건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와이의 매력을 반도 못보고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에서 보낸 일주일은 뜻 밖의 행복을 잔뜩 가져다주었다. 7월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하와이에서 성대한 불꽃 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해변에서 잊을 수 없는 화려한 밤을 맞았고, 머물던 에어비앤비 근처 맛집을 찾다가 구글에서 추천한 별점만 보고 찾아간 곳이 하와이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디저트 말라사다 맛집이었고, 와이키키 무스비 맛집이었고, 하와이 로컬 푸드 라우라우 맛집이었다. 그리고 거북이 보러 떠난 여정에서 또 구글 별점 보고 간 버거가 3대 버거 중 하나인 쿠아 아이나 버거 맛집! (진짜 내 인생 버거다. 일본에는 있다는데 한국도 들어와죠~)



하지만 이건 내가 얻은 뜻 밖의 행운이었다. 실패담도 엄청났으니까. 길 위에서 허비한 시간들도 많았고, 짜고 느끼하기만 한 현지 음식에 팁까지 주느라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는 오아후에만 머물며 일주일을 그야말로 와이키키 주변부만 뱅뱅 돌며 탕진했다. 4개의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의 4/1, 아니 오아후의 반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된 여행책 한 권이 있었다면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내가 스쳐지나듯 본 것들의 의미도 선명하게 이해하며 더 깊이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은 여행 이후 내내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다시 해외여행을 간다면, 0순위로 꼽을 하와이. 대한민국의 많은 여행 가이드 책들을 그때 그때 내키는대로 골라 사서 통일성 없는 책장을 이루고 있는데 길벗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그동안 접하지 않았다. 이렇게 알찬 여행서였다니. 게다가 기존 여행책이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에 번거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 나는 엄청 두꺼운 유럽 여행책을 나라별로 잘라서 챙겨 다녔다.) 테마북과 코스북 두 개로 분철해두어 편의성을 높였다. 그리고 책 면면에서 다양한 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정보를 제공하려하는 사려 깊은 편집이 돋보였다.



저자 박재서는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우연한 계기로 하와이에 들린 후 하와이의 매력에 빠져 유학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10년 이상을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다시 6개월을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머물며 취재했고, 다른 섬들도 수 개월씩 오가며 생생한 정보를 담았다. 으미 부러워. 현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하와이 빠꼼이가 전하는 핫플레이스 정보들이니 신뢰가 팍팍 느껴진다. 게다가 내가 먹어보고 진짜 엄지척했던 그 맛집들이 책에 소개된 것을 보니 믿음이 안갈 수가 없다. 



하와이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 설명, 하와이 쇼핑 가이드, 맛집 가이드, 관광 명소 등 여행서가 품고 있는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신혼여행을 가면 단골 코스로 빠지지 않는 하와이 스테이크하우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스테이크에 대한 지식을 담는다던지, 하와이에서 맛보는 열대과일들을 소개하고,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꼽히는 코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대한 팁들을 제공한다. 




이 책의 최고 매력은 자신의 취향이나 상황을 먼저 테스트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여행 코스와 핫플레이스를 추천한다는 점이다. 커피를 즐기는 취향도 사람마다 각각 다른데 다양한 니즈들에 맞는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스노쿨링 스팟도 취향에 따라 추천하고, 서핑지도 수준에 따라 달리 제안하며, 아이를 동반하는지, 커플 여행인지 여행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관광지, 숙소 리스트도 맞춤형으로 안내한다. 나만의 맞춤 여행을 설계하는데 이보다 더 친절한 가이드가 있을까.



편집 디자인도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디저트는 어쩜 이렇게 알록달록 달콤하게 생겼는지, 스테이크는 육즙이 그대로 담긴 모습을 밀착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게 만들었다. 밤에 보는 것 주의! 아마 하와이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여행의 기대와 설렘이 배가 되리라.




코스북은 가이드책과 다르게 훨씬 정보 중심의 컴팩트한 느낌으로 구성되었다. 체류일정에 맞는 코스를 추천하고, 시간을 줄여주는 최적의 동선을 제안한다. 길에서도 이 책 하나면 주변부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게 지도와 정보를 잘 배치해 알차게 담았다. 거기다 저자가 얼마나 세심한지, 주차정보가 깨알 같이 담겨있는데 보통 주차장이 없으면 표시 안하는데 갓길 무료 주차 같은 정보도 알려준다. 



 아직 하와이 여행 갈 일은 내 인생에서 요원하기만 한데, 이 여행서를 읽으니 마치 다녀온 듯 마음이 풍요로워졌다가, 맹렬한 그리움과 부러움에 휩싸였다. 이 책 내용이 더 낡아버리기 전에 여행 가방을 싸고 싶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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