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랩 - 그 멋진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론 M. 버크먼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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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조깅과 함께 매일 글쓰기를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가 가진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은 성실한 실천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창조'와 '창의'에 대해 번뜩이는 영감에 좌우되는 무언가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그나마 스티븐 잡스가 창의성은 다른 것을 연결하는 힘이라 정의해주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존 M. 버크먼의 <메이커스 랩>은 뛰어난 창의성의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는지 집중 분석한 책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총장인 존 M. 버크먼은 현 시대의 내노라하는 핫한 크리에이터 50여 명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었는 지를 밝혀낸다. 



책 서문을 연 것은 애플 스토어를 설계한 디자인 업체 에이트의 팀 코베 스토리다. 모두가 애플에 관한 모든 것은 스티븐 잡스의 머릿 속에 다 들어 있을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 잡스는 여러 번 반복 검토하고 직관으로 결정하기만 했을 뿐, 애플의 결과물들은 기술 위주보다 사람이 먼저인 브랜드가 가진 정신에 기반해있다. 그리고 '반복, 실험, 즉흥적인 대응'이 우리가 보는 창조적 결과물을 낸 방법이었다.



이 책은 그래서 창작은 '만들면서 알게 되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창의성은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떠올리거나, 영감을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아가는 '진화'에 가까운 개념인 것이다. 이런 과정은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브랜딩, 디자인 등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영역에도 어김 없이 적용된다. 광기와 찰나의 감성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듭되는 반복과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작품 세계가 완성된다는 것. 



특히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이 나에겐 꽤나 흥미로웠는데, 일단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것 자체가 창작에 중요하다는 것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창작 과정에서 벗어난 시간에 튀어나온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소설 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나에게도 종종 해당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새로운 것을 떠올려야 할 때는 우선 책상에 앉는 것부터 시작한다. 막힌다면,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이 정리되어 일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확장된 가능성의 상태로 들어가는 듯'하다고 표현하는데 너무나 적절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예술가들이 슬럼프를 탈출하는 유용한 팁도 담겨 있다. 자기 틀 안에서 생각하다보면 슬럼프를 벗어날 수 없다. '무작정 알지 못하는 세계에 뛰어들어서 뭔가를 시도'하거나 '항로를 이탈하려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슬럼프에 여행이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다보면 내 안에 있는 것을 자꾸 꺼내 쓰는 아웃풋 과정만 반복될 때가 있는데, 새로운 것은 나오지 않고 같은 틀 안에서 맴도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다른 것을 채우는 인풋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이 책의 조언처럼 '항로를 이탈'한 방식으로 인풋을 준다면 새로운 시선이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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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크리에이터들은 꾸준함과 반복되는 시도를 강조한다. 결국 창의성도 1만 시간의 법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집요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거듭되는 시도 속에 가장 적절한 연결을 찾아내는 눈을 키우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책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창의성에 대한 명언들이 나온다. 천재처럼 보였던 그들도 결국은 '만드는 과정' 속에 자신이 창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반복하며 더 나은 결과물로 나아갔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제법 든든해진다. 타고난 창의성이 없다고 좌절할 게 아니라 뭐라도 시도해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도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느라 머리를 쥐어 뜯고 있는 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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