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살인 클럽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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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중 오스카 상을 탄 최초의 배우가 윤여정이 될 줄 누가 상상했을까? 날고 기는 국내 배우들을 제치고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배우가 된 윤여정. 이렇듯 최근에는 시니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과거 같으면 쇠약해진 체력과 대세에 밀린 사고방식으로 뒷방 늙은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시니어들이 이제는 오랜 연륜이 만들어 준 내공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왜인지 몰라도 시니어 특유의 친근감- 처음 만나는 사람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역시 그들의 큰 무기이다.



리처드 오스먼의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 대한 서평을 인상 깊게 읽었던 나는 언젠가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지 않고 스토리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나의 우려는 기우였다. 물론 전작을 읽었다면 책 속의 주요 인물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캐릭터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어 재미가 배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배경은 너무나 평화로운 소도시 페어헤이븐의 실버타운. 이 마을 노인 중에는 놀랍게도 전직 M15요원이,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그것도 할머니가!! 전직 M15 요원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친구 조이스, 론, 이브라힘과 함께 미제 사건들을 조사한다. 이름하야 '목요일 살인 클럽'. 2권의 주 스토리는 엘리자베스의 전 남편이자 현직 M15 요원 더글라스가 이 실버타운에 들어오며 시작된다. 그는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 중개자 마틴 로맥스 집에 침입해 조사하던 중 마틴의 집에서 2,000만 파운드 상당의 다이아몬드가 사라지게 되자, 다이아몬드를 훔쳐간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중. 마틴의 살해 협박을 피해 실버타운으로 은신한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구한다. 한편 이브라힘은 길에서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은 이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일에 혈안이 되는데.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 같았던 실버타운에서 더글라스를 죽이러 온 암살자가 M15 요원에게 살해 당하고, 이어 다른 안전가옥으로 자리를 옮긴 더글라스와 그를 감시하고 보호하는 또 다른 요원 퍼피 역시 죽임을 당하는데. 이제 엘리자베스와 멤버들은 더글라스의 죽음의 배후와 사라진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진다. 이 소설의 매력은 묵직한 첩보도, 숨막히는 스릴러도 모두 완전 무장해제 시키는 노인들의 익살스러움에 있다. 자신들의 일에 방해되는 자들은 제거해버리고 마는 무자비한 범죄 조직을 만날 때도 노인들은 시종일관 수다스럽고 유머러스하다. 조이스는 언제나 기부를 위한 우정팔찌를 건네고, 잘생긴 남자에게 어김없이 반하며, 여느 할머니처럼 모든 사사로운 것들을 염려하고 조언한다. 론은 영원한 좌파이자 축구팬-훌리건인것 같다-의 다혈질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폭주한다. 정신과 의사인 이브라함은 죽음 가까이를 경험하며 마을 밖을 나가지 않지만 지능적으로 뛰어난 책략가가 된다. 



이 소설의 메인 주인공격인 엘리자베스는 냉철하고 계획적이며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처음엔 이렇게 완벽한 그녀가 왜 이런 느슨한 노인들과 함께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려 드는지 아리송했다. 1권을 안봤으니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몰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엘리자베스를 이해하게 되었다. M15 요원으로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언제나 진지하고 무거운 삶을 견뎌야 했던 엘리자베스는 이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무게에서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아마 이 노인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녹아든다면 어떤 일이든 유쾌해지리라. 



또한 사건해결의 밑밥을 까는 방식도 독특하다. 장 중간중간 마다 사건과 관련없어 보이는, 인스타그램을 서툴게 시작하고 우정팔찌를 만들어 나누는 조이스 할머니의 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초반에는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 생각했던 조이스의 일기는 사실 문제해결에 엄청난 역할을 한다. 조이스의 남다른 관찰력과 사건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결국 엘리자베스에게 커다란 힌트가 되어 주는 점이 참 절묘하다.



엘리자베스 정도면 슈퍼 히어로에 가깝지만, 평범한 이웃들이 영웅이 된다는 스토리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캐릭터가 하도 탄탄하고, 짧게 치고 나가는 각 장들은 장면 전환을 연상시켜서 조만간 영상화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랑스러운 노인들을 누가 연기할까? 머릿 속으로 가상캐스팅을 하며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여기서 끝은 아니겠지. 이 사랑스러운 노인들의 활약은 계속되어야 한다. 반드시.



※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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