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 고단한 동료 생명체를 위한 변호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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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벌써 몇 해째 후원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였다. 장기간 후원한 회원을 대상으로 정회원 자격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에 덴 듯 따끔했다. 매달 계좌로 돈은 빠져나가고 있지만 처음 후원을 할 때의 가졌던 동물을 향한 연민은 세상살이에 지쳐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그때 이 책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을 만났다. 이 책을 쓴 남종영 작가는 세계 각국을 돌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취재하는 환경 논픽션 작가이다. 동물권 단체가 보내준 소식지에서 읽은 적 있던 제주 바다에 방사한 돌고래 제돌이 사건 역시 그가 집중 취재한 사건이라고 한다. 작가는 동물과 인간 간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보면 인간의 동물 통치 체제와 생명 정치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정확한 표현은 '인간 동물'과 '인간이 아닌 나머지 동물'일 겁니다. (중략)

우리가 동물을 비인간동물로 부르는 것이 그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p30



책은 우리 속에 있는 종차별적인 시선을 은근하게 지적하며 시작된다. 사실 인간도 동물인데 우리는 동물을 마치 인간보다 하등의 존재처럼 여기며 경시하고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오지 않았나. 저자는 인간과 동물 두 존재 간의 우열을 가라지 않는 태도를 위해 동물들을 '비인간동물'이라 칭한다. 인간들은 기를 쓰고 동물과 다른 점을 찾으며 인간이 가진 고유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든다. 하지만 문명이 도래하기 전 오랜 세월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동물적 본능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역시 동물임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어떤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을 지배하게 된 기원을 수렵채집 생활에서 정착 농경생활로 변하며 자본으로서의 가축이 필요해진 점을 꼽는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함께 숲 속에서 경쟁하면서도 공생하던 수평적 관계에서 어느 한 쪽이 지배하는 관계로 바뀌지만 당시 동물들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자 삶의 일부였다. 인간은 자신이 기르는 동물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삶을 끝까지 지켜봤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우리는 동물과 멀리 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끔찍하게 아끼면서 저녁으로는 어떤 고기를 먹을까 기대하는 모순은 이 때문에 생겼다. 고도의 산업화 속에 인간은 마트에 진열된 팩에 담긴 고기로 닭과 돼지, 소를 접한다. 살아 있을 때 우리처럼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저자는 이게 다 동물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책에는 인간의 인위적 개입과 동물의 생명을 자본의 원리로 대할 때 생기는 끔찍한 재앙 역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생을 동물이 가진 고유의 본능을 거세 당한 채 착취만 당하는 공장식 축산, 온갖 유전병에 시달려야하는 순종견 집착, 인간의 탐욕이 부른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 납치되다시피 끌려와서 좁은 독방에 갇힌 채 인간의 눈요기가 된 전시동물들. 동물 후원단체에 내 발 길을 이끌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슈들이었다. 최근에는 동물권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며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던 기존의 법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지구 상에 일어난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 재해도 아니면서 대 멸종을 부를 재앙을 끌고 온 것도 인간의 이기 때문이 아닌가. 효율을 강조하고 우리 안의 종차별적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문제일 것 같다.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평화롭게 사는 방식은 예로부터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과 동물은 서로에게 무관심했고, 대면할 때면 살짝 피해 주었죠.

인간이 동물에게 잘못했을 때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동정하고 보살폈고요.

아직도 동물원과 수족관에는 본능적인 삶을 박탈당한 동물들이 있어요.

혹시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방문해 그들의 슬픈 표정을 보았다면, 또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동물권을 향한 긴 여정에 몸을 실은 것이랍니다." p143



이 책은 우리 안에 자리잡은 종차별주의의 근원을 역사 속에서 찾은 것처럼 동물권 철학이 탄생한 철학적 배경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동물 윤리 철학이나 칸트의 '간접적 지위론'과 같이 각을 잡고 해당 분야를 파면 머리 아파서 금방 나가 떨어질 것 같은 어려운 개념도 알기 쉽게 풀어써서 이해를 돕는다. 



철학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한 권이 관련 핵심 주제들을 모두 톺아볼 수 있게 친절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다. 나는 이전에 종차별주의에 대해서는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동물의 감정과 특성 연구에는 템플 그랜딘의 <동물과의 대화>를, 그 밖에도 동물원의 역사나 채식주의에 대한 책 각각의 책들을 찾아 읽었는데, 이 책에는 그 내용들이 쉽고 명료하게 다 담겨 있었다. 





게다가 공장식축산 농장을 아우슈비츠로 비유한 동물권 예술가 조 프레데릭스의 <날마다>와 공장식 축산의 실체, 동물과 인간의 상황이 뒤바뀐 때를 상상한 만평 등 책 속에 삽입된 적절한 이미지들은 마음을 움직이는데 더욱 결정적 한방처럼 작용한다.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각성과 환기가 되어주고,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이 세계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해 줄 동물권에 대한 한 권의 책. 특히 어린 시절부터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와 생명체들에 대해 존중의 마음을 갖는 교육이 필요하다 느끼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읽히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책이다. 



※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에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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