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는 매년 나의 신념다짐 1호였다. 경험적 풍요가 물질적 풍요보다 더 귀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값진 경험에서 얻은 감정들은 어딘가에 써두지를 않으니 금세 희미해졌다. 뒤늦게 아쉬워해봤자 내 게으름만 탓할 뿐이다. 지난 해는 좋은 기회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해 결실을 얻기도 했지만 글 쓰는 삶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매번 다짐만 할 뿐이다. 올해는 제발 글을 써보자.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애먼 작법서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숱한 노하우를 알아봤자 하루아침에 글이 써질리 만무하다. 시작이 어렵다. 아마도 그건 글에 대한 나의 태도 때문일테다. 지나친 완벽을 기대했거나,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했거나, 글쓰기가 내겐 너무 심.각.했.거.나.



정지우 작가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이 1년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거의 매일 글을 쓴다는 정지우 작가.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화수분 같은 그의 비법이 무엇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책 속에는 흔한 작법서에서 볼 법한 소재 찾기나 문장 잘 쓰기류의 비법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글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오랫동안 공들여 이야기한다. 시선의 존재가 되기 위해 쓰고, 살아있기 위해 쓰고, 타자를 붙잡기 위해 쓰고. 글쓰기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여정이자 삶을 더 나은 쪽으로 인도하는 것.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글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마음이 돋보였다. 



책을 읽으며 글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닮고 싶었다. 내 글을 읽을 타자를 생각하며 글을 정제하고, 절망과 슬픔이 나를 잠식해도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뛰쳐나와 글 한 편으로 가라앉은 자신을 구하는, 글로써 삶을 다독이며 나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오직 문자로만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의 깊은 마음, 우리의 관계, 문자를 매개해서만 정확하게 되살릴 수 있는 나만의 기억들, 내가 품어온 꿈과 세상에 대한 이해, 무한하게 펼쳐질 수 있는 상상적인 세계가 점점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나는 그것이 아쉽다.


여행이나 일상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동영상도 많이 남기려 한다. 그것들은 때때로 생생하게 그 순간을 살려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순간일 뿐이다. 결국 그 시절을 통째로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게 기억하게 하는 건 그때의 이야기이고, 그 시절 남겨두었던 나의 언어들이다." (p122)




이 글을 읽을 때 나 역시 오래전 여행을 추억하며 그날 찍은 사진보다 그때 끄적인 일기를 더 자주 들춰보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내가 값지다 여기는 모든 경험들은 글로 기록될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절감했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아이의 시간도 내가 기록해줬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되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제목 때문에 좀 더 가볍게 글쓰기에 접근하는 책일거라 오해했는데, 오히려 글쓰기의 매력을 설파하고 삶을 글로 만드는 방식에 대한 책이었다. 물론 작가가 쓰는 법을 다루고 있기에  글쓰기에 대한 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방법으로 글쓰기에 대한 부차적인 욕망을 찾아보라는 조언, 굉장히 솔직하고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비루한 내 삶을 좀 더 포장하고 싶은 욕구,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싶어 글쓰기를 자꾸 열망해온 것은 아닐까. 심지어 유명 작가 중에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글을 썼을 것이라는데, 이런 솔직하고 어쩌면 속되보이는 욕망도 작가는 기꺼이 옹호하고 응원한다. 글쓰기는 내 감정에 대해 더 깊숙이 생각하고 나만의 언어로 빚어내고, 타인을 상정하며 말을 거는 듯 써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만들어줄테니까. 



그러니 올해는 정말로 이루고 싶다. 매일 글쓰기라는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를.


마음이 나약해질때마다, 백지 앞에서 막막해질때마다 정지우 작가의 뜨거운 진심을 떠올리면서 오롯이 써봐야겠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