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렌드 2022
신형덕.박지현 지음 / 북코리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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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K-culture 전성시대다. BTS가 전세계 아미들을 결집시키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지 얼마 되지 않아 <미나리>의 헤로인 윤여정이 K-할머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더니, 글로벌 유통망 넷플릭스를 타고 <오징어게임>까지 연이어 터져 버렸다. K-culture는 한철 밈이나 유행정도가 아니라 헐리웃과 Pop의 문법을 제대로 반영해 더 수준 높은 단계로 도약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세계인의 취향을 완벽 저격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국경이 갇힌 듯해도 문화의 힘은 이렇듯 공기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문화트렌드 2022> 책을 통해 미리 엿보고 싶었다.



먼저 책은 작년에 출간했던 <문화 트렌드 2021>에서 제시했던 12개 키워드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평가하며 시작한다. 오디오북의 대세, 코로나19로 인한 방구석 문화 관람 확산, 크라우드 펀딩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대중문화- 아이즈원의 활동이 펀딩을 통해 32억원이나 모여 재개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팬덤의 힘은 이토록 무시무시하다-, 영화 <미나리> 윤여정을 필두로 한 시니어들의 약진,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의 한류화- 국산 플랫폼인 티빙, 왓챠 등이 글로벌화되려면....음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커저가는 굿즈 시장, OST의 열풍, 부캐 열풍, 예능 전성시대- 정치인, 스포츠선수 등 예능계에 입성한 새로운 세력들에 대한 분석-, 스핀오프물들의 진화, 독립기획자 전성시대- 홍진경의 찐천재 인기 등, 틱톡챌린지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래시 문화 등등. 돌이켜보니 예측했던 키워드들이 한 해 동안 더욱 두드러지고 확대된 것 같다.



이어서 2022년을 관통할 문화 트렌드로 12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아트테크, 보복소비, 구독경제, 디지털 캐릭터, 숏폼 콘텐츠, 트랜스 미디어와 세계관, 이방인의 탄생, 예능과 금기, 프로와 아마추어, 대리만족의 미학, 솔직함과 진정성, 사적 응징 등. 12가지 키워드는 4가지 카테고리로 묶이는데 첫째 경제 현상의 문화적 의미, 둘째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 셋째 사회적 경계의 해체, 다섯째 내면적 감정의 표출이 그것이다. 



책은 12가지 키워드를 키워드 설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What do we see'-파편적인 문화 현상 속에서 거대한 흐름을 짚어내고, 'Why is it?' 트렌드 기저 속에 있는 근본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Where is it going' 그래서 2022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측한다. 이 책 속에 나오는 트렌드는 이미 지금 현재 파편적으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들이다. 




주식시장에 핫한 키워드인 '보복소비'. 명품시장의 인기나 한정판에 대한 커져가는 관심, 취향의 고급화 등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여행이나 문화생활로 소비하지 못한 여유자금들을 자신에 대한 보상처럼 쓰여지는 현상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도 컵라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도 그 돈을 모아 1년에 4~5번은 해외로 짐을 꾸려 떠났었는데, 최근에는 집에서도 수시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고급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해먹는 재미를 들이고 있는 중이다. 개개인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문화적 변화, 보상심리를 저자는 원죄 의식에서 찾아낸다. '코로니가 내 탓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내 몸이 겪는 고생에 대해서는 내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보복심리에 깔려있는 기저 심리라는 것이다. 특히 착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돈쭐을 낸다'는 식의 보복소비는 스스로가 불공정한 세상을 만든 조력자였기에 이를 바꾸는데 앞장서는 긍정적인 의미의 원죄의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와 같은 보복소비는 2022년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더욱 소소하고 개인화된 제품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내년엔 대선 이슈도 정치적 보복소비 형태로 치뤄질 것이라고. 또한 '돈쭐내는' 식의 타인을 위한, 공동체를 위한 보복소비가 훨씬 확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내면적 감정의 표출' 부분이었다. MZ세대는 공평과 정의의 가치를 솔직함과 연결시킨다는 것, 그래서 뒷광고를 혐오하고 리얼 예능 속에서 진정성을 찾는다는 말이 설득되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정이 화두가 된 시대이기에 솔직함과 진정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일테다. 또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갈망과 달리 공권력의 한계와 부패를 목도한 사람들은 사적 응징을 다룬 콘텐츠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기울어진 불평등 상황이라면 저자가 꼬집고 있는 현상들은 더욱 심화될테다. 씁쓸한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게 해주는 장이었다.



사실 새로운 트렌드는 없었다. 익숙한 키워드였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었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시대의 정신과 분위기를 흡수하듯 담고 있으니까. 트렌드 현상과 그 기저에 깔린 원인을 분석해보는 과정이 그래서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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