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걱정 수피아 그림책 5
초모 지음 / 수피아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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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생일을 앞두고 걱정에 잠 못 이룰때가 많았다. 누구를 초대할지, 혹시 이 친구를 초대하지 않으면 서운해 할지, 반대로 이 친구는 왜 초대했는지 뜬금없어하지 않을지. 어린 마음에도 인간관계는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이런 걱정은 생일 전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혹시 생일에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쩌지, 생일상이 별 볼일 없어 비웃음을 당하면 어쩌지, 준비한 놀이들을 재미 없어 하면 어쩌지 등등. 



초대한 마음은 설렘과 함께 걱정을 동반한다. 최근에도 대학 동기들이 집으로 놀러온다는 말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게 될 반가움과 함께 누추한 집구석부터 걱정되기 시작했으니. 



걱정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감정 취급을 받는다. 특히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해야하는 현대사회에 걱정은 꾸물꾸물 굼뜨는 행동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걱정을 사서 하지 말라, 걱정할 바에 실행하라 등 걱정을 터부시하는 말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 중 하나로 자기계발서와 일잘러들의 조언에 나오는 이런 말에 걱정을 접고 일단 저질러보자라고 마음 먹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여기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작은 개미가 있다. <개미의 걱정> 속 개미 까망이는 맛있는 스프를 만들어낸다. 스프의 비법 소스는 눈물. 짭쪼롬한 눈물이 들어가 더욱 맛있어진 스프를 먹으며 까망이는 다른 사람들과 이 음식을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갸륵한 마음이 화근이 되었을까. 꽃잎에 쓴 초대장은 바람에 날려 흩어져 버렸고 까망이는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 내일 갑자기 누군가 찾아오면 어쩌지, 스프가 얼마 안되는데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아무도 안올지도 몰라! 


초대 당일에도 까망이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걱정에 안절부절이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까망이의 걱정은 더 맛있는 눈물을 만들어내고, 비법 소스가 잔뜩 들어간 스프는 온 동네에 맛있는 향기를 진동시킨다. 걱정으로 훨씬 맛있는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걱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때때로 걱정은 까망이의 눈물처럼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책이 아닐까. 걱정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내일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타인에게 향하는 순간 사려깊은 마음이 된다. 까망이의 걱정 역시 더욱 진한 눈물을 만들어서 초대를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반대로 이 책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일은 잘 풀려갈 거라는 것도 말해주는 것 같다. 누구든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이 괴로울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귀여운 상상력과 그림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그림책.

어느날 내 아이가 걱정에 빠져 끙끙댈 때 무릎 위에 앉히고 읽어주면 좋겠다.



※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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