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두근거리는 예언
류잉 지음, 이지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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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남주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나쁜 남자파와 다정하기 그지 없는 선한 남자파, 이렇게 두가지 타입이 있다면 나의 취향은 무조건 후자였다. <환상 게임> 유귀부터 시작된 내 '종이 남친'들의 계보는 <너에게 닿기를>의 카제하야로 이어졌고, 언젠가 내 인생에도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초절정 미소년이 나타나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니 결혼을 하면서 순정만화를 보지 않게 되었다. 순정만화 속 수많은 두근거리는 상황과 온 학교를 뒤흔드는 인기인 주제에 별 볼 일 없는 여자 주인공에게 반해버려 수시로 얼굴을 붉히는 상큼이를 현실에서 만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졌으니까. 그만큼 내 감정도 무채색으로 변해갔다.



오랜만에 대책없이 두근거려 보기로 작정하고 대만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소설 <너에 대한 두근거리는 예언>을 읽었다. 한때 잠시 생활을 했던 대만은 나에게 정서적으로도 너무 친근한데다 대만표 청춘 로맨스 영화 <나의 소녀시절>,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은 주제가만 들어도 마음이 찌릉 울릴만큼 내 취향이었으니까.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선한 남주의 전형! 아 이런 소년 너무 좋아!! 읽고 나니 '바이상환' 이 녀석 때문에 너무 두근거려 아줌마는 잠들 수가 없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야오커쉰은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성적이 나빠 우등반에서 보통반으로 강등되고 엄마에게 혼난데다 친구 우신위에게 인기 많은 남친 허빙쉰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참담한 여름방학(보통 다른 나라는 9월 학기 시작이니까)을 보내고 있던 중 새로운 반 반장 바이상환의 전화가 걸려온다. 부끄러우면 전학을 가던가 현실을 직시하고 임시 소집일에 나오라는 뼈 아픈 충고를 던진 그 녀석의 전화를 받고 물러서지 않기로 다짐한 커쉰, 하지만 등교를 한 첫 날 자신이 탄 스쿨버스는 브레이크 고장으로 사고가 나고 커쉰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1년이 지나 있었다. 이상한 것은 자신이 방금 반 친구 아린의 빗자루에 맞아 정신을 잃은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1년 동안 엄마는 부자 아저씨와 재혼했고 밥맛 없는 반장 바이상환은 세상 스윗한 남자친구가 되었으며, 주변에 처음보는 친구들이 넘쳐났다. 커쉰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과 감정들로 답답함을 느끼던 중 눈 앞에서 바이상환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정신을 잃는다. 다시 1년 전 사고 후 자신으로 돌아온 커쉰. 그것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미래를 다녀온 것일까?



학교로 다시 돌아온 커쉰은 꿈에서 본 상황들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너무도 선명했던 그 꿈이 예지몽임을 확신한다. 그렇다면 바이상환은 끝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죽게 될텐데 이를 어쩐담. 그냥 딱봐도 잘생긴데다, 알고 보면 마음도 따뜻한 바이상환이 점차 좋아지는 커쉰, 그럴수록 두려움은 더욱 커져간다. 두 사람의 썸은 너무 달달하기만 한데, 꿈 속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이상환을 독하게 밀어내는 커쉰.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계속 차올라서 이제는 거부할 수 없다.  



공부도, 연애도 내 맘 같지 않았던 커쉰은 바이상환을 만나 비로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미래를 보기 전까지 주변 시선에 끌려가듯 살아왔다면, 지금은 남자친구가 죽는 미래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운명 개척자가 됐으니까.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운명도 내가 내린 결정 하나 하나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과연 커쉰은 바이상환을 구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공부에 짓눌린 채 학창시절을 보내야하는 대만 사회, 그래서 소설 속 학교가 전혀 낯설지 않다. 가장 이질적인 존재는 바이상환, 이 녀석 뿐. 내 학창시절엔 이런 멋진 십대 소년은 없었다고.





핑크빛으로 물든던 내 머릿 속 세계는 책을 덮고 나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른 시공간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고 있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타임슬립을 한다는 설정보다 소설 속 바이상환 같은 완벽한 남자친구의 존재가 이제는 나에게 더욱 판타지적인 상황 같다. 하지만 원래 로맨스의 의의가 그런 것 아닌가?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한 빛나는 청춘을 대리체험하고, 잠시나마 두근거림에 잠 못드는 것. 그래서 로맨스물은 연애를 하지 못하는 자의 정신적 아편 같은 것이다. 해로운 걸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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