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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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마법 능력이 없어도 해방자가 될 수 있었어.

해방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야."



'신데렐라' 스토리는 나에게 언제나 매력적이었다. 페로의 동화 원형보다 재가공한 스토리는 특히나 더욱 그랬다. 왕자인지 모르고 우연히 시장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도 그렇고, 똑똑하고 현명한 신데렐라를 내세웠던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영화 '에버 애프터'는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다.


내가 이 스토리를 그토록 좋아한 건 남자 잘 만나 신분상승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결말이 아니라, 나를 특별한 존재로 변신 시켜주는 마법과 마법으로 인해 겉은 초라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인간이 주목 받고 발견되어지는 쾌감 때문이었다. 평범한 나도 언젠간 반짝 반짝 빛나는 특별한 존재로 인정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해줬달까.


2000년 대까지만 해도 흔한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었던 '신데렐라 스토리'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남녀 평등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올바른 가치가 된 지금에서는 낡고 성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한,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멋쩍어진 동화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스토리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전작 <남자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미국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인 폭력의 민낯을 폭로했던 리베카 솔닛이 정말 기가 막히게 근사한 <해방자 신데렐라>를 만들어 냈으니까.


리베카 솔닛은 19세기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의 실루엣 일러스트 '신데렐라'를 자신의 재창조된 동화 속에 삽입해 더욱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리베카 솔닛의 <해방자 신데렐라>는 집안에 갇혀 가사 노동에 혹사 당하는 재투성이 소녀지만 대모 요정의 마법으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한다. 근사한 드레스도, 왕자를 통한 화려한 신분상승도 그녀가 꿈꾸는 미래가 아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세상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자신의 일을 꾸려 가는 것.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허영심 많은 의붓 언니들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왕자 역시 답답한 성에서 탈출해 해보고 싶었던 농사 일을 시작한다. 이 얼마나 창의적인 결말인가.  


리베카 솔닛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여성을, 그리고 이를 이뤄줄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결말에 담아 내며 자신이 정한 재해석의 방향성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긴다.


"신데렐라는 누더기 옷을 입었지만 활기가 넘치고 씩씩하게 노동을 하고 진심을 다해 뛰어놉니다. 곤경에 처했지만 좌절하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에 맞게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려면, 혹사와 모멸적 노동의 해결책이 왕자비가 되어 다른 사람의 노동에 기대어 일을 안 하고 사는 것일 수는 없고, 대신 존엄을 지킬 수 있으며 스스로 하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47)


과연 그녀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맞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빚은 신데렐라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동물 친구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시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 너무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감동할 수 있는 해방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도 들려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가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의미 있는 미래를 그려나가길 기대해본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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