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역사 - 늑대인간부터 지킬 박사까지, 신화와 전설과 예술 속 기이한 존재들의 흔적을 따라서
존 B. 카추바 지음, 이혜경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끊임없이 흐르고 바뀌는' 상태는 바로 셰이프시프터의 특징이다.

셰이프시프터는 자신의 표현 수단을 끊임없이 바꾼다.

셰이프시프터는 우리에게 무엇이 실재하고 무엇이 실재하지 않는지 불확실하니 

끊임없이 추측하라고 요구한다.

셰이프시프터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마치 불교 수도승처럼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존 B. 카추바 <변신의 역사> p302/ 미래의창




히어로이든 빌런이든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셰이프시프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사람들은 왜 셰이프시프터에 매력을 느끼고 열광하는 걸까? <변신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부터 시작되었던 셰이프시프터의 흔적을 짚어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보는 책이다.



셰이프시프터는 아주 오랜 옛날 선사시대부터 존재해왔다. 동물이 가진 힘을 두려워하면서 동경해왔던 인간은 사냥을 할 때 동물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힘을 갖길 바라는 동물의 가면을 썼다. 박물관에서 이집트 유적을 마주할 때마다 접했던 동물의 탈을 쓴 반인반수의 신들, 당시 셰이프시프터는 신 또는 신의 대리자인 주술사, 사제 등만이 가능한 신비로운 영역이었다. 이들의 변신은 결코 정의롭기만 한 변신은 아니였는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제우스 신의 변신은 줄곧 상대를 유혹하고 강간하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신이나 신의 대리자에게 부여된 변신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절대적인 힘에 대한 동경에서 탄생했다.



그러다 점점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의 정신이 계몽해감에 따라 주술이나 마법,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흐려져 갈 때 인간에게도 '변신' 능력이 생겨났다. 신에 의한 저주가 아니라 신의 개입 없이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계 곳곳에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내적으로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믿는 의식들, 빙의 같은 것은 현재까지도 신비로운 경험처럼 존재하고 있다.


계몽의 결과라고 하기엔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게 아이러니하다. 야수에 빙의되어 아군도 적군도 구분없이 다 죽여버리는 베르나르크의 잔혹한 전사들이나 달빛을 쫓아 밤거리를 뛰어다니며 울부짖는 늑대인간 등의 스토리를 창조해내고 매혹되는 이유는 인간 속에 남아 있는 야만의 DNA 때문일까?


무한한 힘을 얻고 싶다는 욕망 뿐만 아니라 문명과 질서의 세계 속에 살며 억눌러야 했던 추악하고 부도덕한 본성을 표출하고 싶다는 욕구를 셰이프시프터에 투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는 마치 오래된 미드 <브이>와 같이 파충류처럼 생긴 외계인이 인간계로 내려와 오랫동안 동화되어 살고 있다는 렙틸리언 셰이프시프터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전 세계에 만연한 혼돈과 무질서'의 배후를 '인간이 아닌 외계인 세이프시프터라고 생각하면 세상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셰이프시프터를 만들어낸 심리의 기저에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타자를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려는 욕구도 덧붙인다.



이 책에는 각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셰이프시프터의 전설들을 소개하는데, 대체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동아시아의 셰이프시프터부터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남미나 아프리카의 좀 잔혹하고 기괴한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런 전설 속 셰이프시프터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때로는 겸손이나 분수를 지키는 삶에 대한 미덕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셰이프시프터가 등장하는 전설의 많은 메시지는 낯선 것에 대한 위험성이다. 셰이프시프터는 '언제나 미스터리한 이방인의 상징'이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욕망을 투영하는 존재인 동시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 역시 아이러니하다.



그러고보면 인간은 참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존재를 창조해온 것 같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질서를 해석하고 통제하기 위해 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었듯, 셰이프시프터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왔다. 그러면서도 셰이프시프터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참으로 디테일한게 터무니없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개연성을 가진 사실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15세기 동유럽에 실존했던 잔혹하기로 유명한 블러드 3세 공작에게서 드라큘라의 원형이 되는 스토리를 찾고, 뱀파이어가 가진 신체 특징을 죽은 시신이 보이는 반응에서 포착한다던가, 자신이 늑대가 되었다고 믿는 일종의 정신착란 상태의 낭광병 환자가 취하는 모습들이 늑대인간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들이 그러하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한 챕터를 부여할만큼 비중있게 다뤘는데, 현상에 대한 다채로운 설명은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왜 하필 이런 셰이프시프터를 인간은 창조해왔을지에 대한 좀 더 깊은 고찰이 진행되지 않은 점은 이 책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우리는 셰이프시프터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넘어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에 대한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속 셰이프시프터는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형태는 다양하며 미지의 존재에게도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게 아닐까.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