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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21세기 농촌의 사관이고 싶었다"
- 김종광 <성공한 사람> 작가의 말 中
나의 유년시절 5할은 시골생활이 차지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손주가 우리 밖에 없어 나와 동생은 수시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보내졌다. 할머니 뒷꽁무니를 쫓아 논과 밭을 오가고, 삼촌을 따라 소 여물을 주기도 했던 그때의 기억은 불편함보다 낭만으로 기억되나보다. 그래서 나는 도시 생활에 지칠 때면 시골의 삶을 떠올린다. 시골 생활이 '리틀 포레스트' 같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알지만, 그 곳은 아무 조건 없이 품어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작가 김종광의 <성공한 사람>은 시골의 삶을 적나라하게 담은 소설이다.
그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지만 농부가 아닌 시골의 삶을 기록했다하여 이 책을 '농촌소설'이 아닌 '시골소설'이라고 명확히 구분짓는다.
시골의 삶이라니, 어느정도 환상을 품고 접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는 '리틀 포레스트' 류의 낭만은 1도 없다.
마치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듯 리얼하게 벌어지는 시골 노인들의 대화와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지금 시골의 현실적 문제가 등장한다.
표제작인 '성공한 사람, 훌륭한 사람' 속 중학생 연구자 성빈의 발품을 판 조사에 따르면 시골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공과는 먼 삶.
열심히 살수록 빚만 느는 삶. 도시의 풍요로움과 비교하며 정신적으로도 열등감에 빠지기 쉬운 삶.
'우리동네 큰면장'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수시로 바뀌어 재투자비용만 높아지고 있는 무분별한 축산정책과 젊은 인구 유출로 마을 일을 도맡아할 인력 부족 현상을 꼬집고, '살아야 하는 까닭'에서는 노인일자리 정책에 동원되어 무의미한 교육으로 허비되는 시간과 비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가금을 처분하라고?'는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예방적 살처분으로 작은 생명을 자식처럼 여기며 키워온 마을 사람들을 힘겹게 만든다. 간편한 말로 하달되는 처분 결정, 그걸 실행해야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생명을 죽이기 그렇게 쉽나? 왜 근본적인 해결은 없이 항상 손쉬운 방법으로만 막으려고 하나.
'코피를 흘리며'에서는 지방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준다. 특히 종합병원을 찾기 힘든 시골에 그나마 있는 종합병원도 숱한 오진을 쏟아내며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육체노동이 더 잦은 시골민은 도시민보다 병원 갈 일도 많은데, 그럴때마다 믿을 수 있는 큰 도시 병원을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야하는 것이다. 이러니 지방의 인구는 더욱 줄고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 밖에. 이 에피소드를 보며 균형발전이라 부르는 정책들이 이런 기초적인 삶의 질도 개선하지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착찹한 현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별호로 등장하는 오지랖 여사처럼 나를 고립시키지 않고 계속 밖으로 불러낼 것 같은 묘한 회복의 땅으로써 시골도 보여준다.
'학생댁 유씨씨'에서는 이른 임신으로 SNS상에서 온갖 추문에 시달리고 도망치듯 시골로 온 어린 신부 학생댁이 시골의 삶을 카메라로 담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농사꾼이 생겼다'는 모든 걸 잃고 고향으로 내려온 남자에게 자꾸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고, 몸뚱이 하나만 있어도 새로 내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에게 시골은 예전에 젖동냥을 해주며 키워줬던 시골 여인네들의 따뜻한 품이다.
"꼰대 너무 미워하지 마.
우리집엔 꼰대가 없어서 그런가 난 꼰대들이 재미있더라.
꼰대들하고 얘기하면 그분들 자체가 하나의 책 같거든.
성공한 책인지 훌륭한 책인지 그건 알기 어렵지만 아무튼 한 권의 책 같아."
김종광 <성공한 사람들> p109 / 교유서가
작가는 텔레비전에서 소비되는 도시 사람들이 보고 싶던 시골의 단면이 아닌 진짜 시골을 기록하고 싶어했다.
그러고보면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다. '성공한 사람'은 눈 씻고 찾기 힘든 시골의 삶에 '성공한 사람'이라니.
아무튼 그의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그래서 사라져가는 시골에 대한 생생한 사관이 되어주길 바란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