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윌 :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정미현 외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선한 의지만큼 무조건적으로 선하다고 불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도덕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단어여서 그 뜻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법률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마땅히 지켜야할 사회적 규범 정도로 이해해왔다.


도덕은 선험적인 것일까, 경험적인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칸트는 도덕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며 도덕의 정의를 다른 차원에서 전개한다.


<굿윌>이라는 만만해보이는 외피를 지닌 이 책, 사실 원제는 결코 만만해보이지 않는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이다. 

사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이 책에 대해 내가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최근에 채사장의 '지대넓얕' 시리즈를 통해 칸트 철학의 핵심만 쉽게 접했기에 칸트 철학의 의의가 뭔지, 정언명령이 대체 어떤 개념인지 약간의 감을 가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원문을 읽는다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이소노미아 편집부도 이런 독자들을 배려하여 번역의 방향성과 개념 정의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도입부에 깔아두었다. 그리고 각 장마다 핵심이 되는 내용을 써머리해주고 있다.

역시나 정성이 넘치는 편집이 감동적인 책이다. 

이렇게 든든한 무기를 장착하고 칸트를 정복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으나, 몇 페이지 못가서 좌절하고 만다.


그래도 이해한 바를 끄적여보자면, 칸트는 이전의 경험론과 인식론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새로운 도덕철학을 펼치려고 했다. 이전까지 선함과 도덕을 개인의 성향과 경험의 영역에서 생각했다면, 칸트는 경험에 영향을 받는 것은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성적인 존재가 지켜야하는 계율인 '도덕법칙'은 경험 부분을 제거한 순수이성의 개념 안에 있는 아프리오리(경험에 앞선 선천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도덕은 사례를 나열하는 대중철학이 아닌 이성 인식으로 판단하는 형이상학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이에 나아가기 위해 '이성의 실천적 능력이 정하는 보편적인 규칙에서부터 그 능력에서 비롯되어 의무 개념이 생성되는 지점까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칸트는 밝히고 있다.


신의 의지는 이성이 선하다고 인식하는 것만을 선택하는 능력이 필연적이지만, 인간의 의지는 주관적인 불완전성으로 그렇지 못하다. 이때 인간은 '그렇게 행동해야만 한다'는 강제력을 받게 되고 이를 '양심의 구속'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양심의 구속을 부과하는 객관적인 원리를 '명령'이라 칭하는데, 모든 명령문은 조건적인 명령(가언명령)이거나 혹은 무조건적인 명령(정언명령)이다. 이 중에 정언명령은 도덕법률이다. 



"도덕이란 행위의 의지, 즉 준칙을 통해 보편적인 법률을 만들어 내는 자율성에 대해 행동이 갖는 관계입니다. 

의지의 자율성에 맞는 행동은 허용됩니다.

그렇지 않은 행동은 금지됩니다.

자율성의 법률과 항상 일치하는 준칙은 신성한 의지이며, 절대적으로 선합니다.

절대적으로 선하지만은 않은 의지가 자율성의 원리에 의존하는 것(도덕의 불가피성)은 양심의 구속이라고 합니다.

양심의 구속에서 비롯되는 행동의 객관적인 필연성을 의무라고 부릅니다."

임마누엘 칸트 <굿윌> p167 ~ 168 / 이소노미아


도덕법률은 모든 행동의 목적을 철저하게 배제해 마지막에 남은 형식이 근원이 될 수 있고, 모든 인간은 스스로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다룰 수 있는, 나에게도 꺼려지는 행동을 타인에게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보편 법률에 모순되는 어떤 준칙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되며, 의지의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입법자가 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의문이 생겼다. 

보편적인 법률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고, 그것은 어떻게 객관성을 띌 것인가. 


마지막 장에서 칸트는 정언명령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답한다. 하지만 이 논리가 전제되는 자유는 이성적 존재에게는 필연적인 결과이고, 그 타당성을 이성으로는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 같아서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장을 통해 앞서 품은 의문에 대한 답을 기대했지만, 결론적으로 머릿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소노미아의 친절하고 대중적인 번역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혔고, 역시 철학은 남이 떠먹여주는 걸 읽어야 하나 자괴감에 빠지는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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