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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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쁜 와인을 마시기엔 너무나 짧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남겼다는 이 말은 그동안 아무런 지식 없이 가격에 맞춰 와인을 소비해왔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 많은 종류의 와인 앞에서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만화 <신의 물방울>을 제외하곤 와인과 관련된 책은 처음이었다. 그때도 와인이라는 술에 관심이 간다기보다는 일본 만화 특유의 오버 감성에 젖어 읽었다. 미스터초밥왕 와인버전이라고 할까.


가끔 달달한 모스카토를 사 마시고, 친구들과 기분 낼 때 와인을 한 잔 곁들이긴 하지만 나는 굳이 꼽자면 맥주파에 가까웠다. 수제 맥주 종류는 맛도 너무 분명히 구분되고, 곁들이는 기름진 음식들도 취향을 저격했으며, 국내에서도 방문할만한 브루어리들이 있어 빠져드는 재미가 있었다.


와인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용어도 복잡하고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맥주에 비교하자면 까다롭고 도도하게 구는 명품족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와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맹렬하게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와인을 맛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MBC 기자 출신인 저자 황헌은 프랑스 특파원을 하며 와인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고, 직업을 잘 활용해 세계 각지에 있는 와이너리들을 탐방해왔다고 한다. 너무나 부러운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처럼 단순한 와인에 대한 정보 나열이 아닌, 와인에 얽힌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펼쳐보인다. 

인류의 역사만큼 긴, 거의 8천 년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술이니만큼 얽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주로 유럽의 역사이긴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거나, 스페인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온 와인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단순한 술로 생각되지 않는다.

와인은 인류의 욕망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매혹적인 붉은 빛깔부터가 뛰는 심장을 상징하는 것 같다. 

와인의 발전이 금욕적이어야해서 술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수도원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하긴 술에 취해 몽롱해지는 의식이 신과 가까워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니 와인은 수도사들에게 신을 만나게 해줄 매개였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만 이야기했다면 실제 와인을 맛보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일진 않았을 거다.

다양한 포도 품종이 빚어내는 맛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뤄낼 음식 소개부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낭만적인 와이너리의 풍경 사진까지, 와인에 온 감각을 빼앗기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실전 교과서 같은 구성으로 라벨 보는 법, 와인 등급과 맛에 대한 용어 등 와인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여러 번 보면서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면 좋을 것 같다.


결국 와인에 대한 지식이란 마셔본 경험에서 오는 거니까. 와인 보는 법과 마시는 법을 잘 알아두었다가 나만의 경험으로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책 속에 소개되는 와인 대부분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내려오는 고가의 명품 와인이라 맛보긴 어렵더라도, 익숙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모스카토 외에도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포도 품종들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기엔 지금 당장 한 병 기울이지 못하는 몸이 못내 아쉽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일게 하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솟아나게 만드는,

와인 입문자들에게 딱 알맞은 눈높이로 새로운 와인의 세계를 열어줄 괜찮은 교양서이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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