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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평점 :
작년부터 그나마 잘하고 있는 일이라면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들이 머리와 가슴을 스쳐 지나갔는지. 기록되지 못한 책들은 세월에 쉽게 잊혀졌고 가끔 도서관에서 이미 읽은 책을 또 빌려 읽는 촌극까지 펼쳐졌다.
작년 한 해동안 서평단에 참여하며 강제된 독서와 독서 후기 남기는 일은 그나마 약속된 과제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보이는 나에게 꽤나 유효한 방법이었다. 독서 후기를 남기는데 거의 4시간 이상 걸리던 초반과 달리 점차 속도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건지,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서평을 쓰고 있는 건지 항상 의문으로 남았다.
<책읽고 글쓰기>라는 꽤나 원초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서평 쓰기에 대한 방법서다.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평 강의를 하고 있다는 저자의 강의 노하우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224페이지의 매우 컴팩트한 책이었다.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라는 부제에 맞게 서술하는 어투 역시 학생을 눈 앞에 가르치듯, 특히 10대나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어린 학생들을 굽어 살피는 듯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블로그에 독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 나에게는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게 주변부만 닦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책에서는 첫 장부터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준다. 독후감은 책의 줄거리와 감상 위주라면 서평의 핵심은 '책에 대한 평가'이다. 그 '평가'는 나의 주관적인 감수성, 경험, 감동보다는 '보편적인 공유의 지점'을 언급해야 하고, 그렇기에 보다 전문적이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글이어야 한다.
서평을 쓰려면 책에 대한 별도의 조사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저자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 전작과의 비교, 유사 작품과의 비교와 대조 등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서평의 정의에 다가갈수록 그동안 내 독서 후기들은 독후감에 지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서평'이라는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책에 대한 내 감상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지 분석-판단-평가로 이어지는 전문적인 영역까지 내가 굳이 나갈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왕 쓰는 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낙관적인 마음도 품어본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서평의 의미 '적어도 나에게 전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 대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회, 나와 다른 세계의 생각을 접하게 하는 기회'는 책을 읽고 분석적인 글을 써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전하는 방법론은 여타 자기계발서처럼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 역시 서평 쓰기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이 알려주는 기본 틀(구조)은 서평을 처음 쓰려는 사람에게 좀 더 나은 방향을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남에게 내가 가진 생각이 얼마나 얕고 보잘 것 없는지 들킬까 두려워 글쓰기를 두려워하던, 그 검열적인 자아를 떨쳐내고 한 줄의 글을 쓰게 하는 용기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평이 제대로 쓰여지려면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던질 질문의 수준이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걱정하지 말라고 여러번 타이른다.
"똑똑한 질문을 찾지 못하면 망신이라는 강박.
나의 대답이 나의 수준 그 자체를 드러낸다는 두려움.
정답은 반드시 있고 나는 맞혀야 한다는 답정너의 함정.
이런 대목에서 우리의 질문은 질식한다.
평가에의 두려움은 일종의 장애물이다. 그것은 우리의 질문은 물론 우리의 생각까지 막아선다."
나민애 <책읽고 글쓰기> p117 / 서울문화사
"좋은 인터뷰이가 좋은 인터뷰어를 만드는 법이다.
다시 말해 좋은 질문이 좋은 접근을 이끌어낸다.
(중략) 우리가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정답이다."
나민애 <책읽고 글쓰기> p53 / 서울문화사
실제 나도 이런 검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걸 두려워했고, 지금도 그런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거기다 게으름까지 합쳐져... 서평 기간이 없는, 자발적으로 읽은 책들은 읽은 지 몇 주가 지나서야 겨우 기록을 남기게 된다. 아예 안쓰고 넘어갈 때도 많다. 그런 책들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조만간 잊혀지겠지. 이런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제 용기를 얻어서 글쓰기를 실천해나가야겠다.
좀 더 잘 써봐야겠다는 욕심은 부리되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두려움은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