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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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나는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경고한 그 세계다.

나는 물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몇몇 용감한 선조들이 2,400년 전에 그 땅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은 어류가 되기 보다 서툴게 걸으며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양서류가 되기를 택했다.

언젠가 우리는 보다 우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상상한다."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p309~310 / 아르테


저 옛날 김영하 작가가 진행하던 숙면 최적화 팟캐스트부터 이동진의 <빨간 책방>, 나의 최애 황정은 작가가 잠시 진행했던 <창비 문학다방>, 교보의 <낭만서점>, 요즘 가장 잘 듣고 있는 <YG와 JYP의 책걸상> <직장인의 책읽기>까지.


독서 팟캐스트를 정말 즐겨 듣는 편이다. 설거지를 할 때나 어디 이동할 때 등 딱히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할 때 책을 통한 수다를 들으면 마치 내가 좋아하는 독서모임에 참석한 기분이 든다.


장강명과 요조가 진행하는 <책, 이게 뭐라고>는 그렇게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가끔 게스트가 흥미가 있을 때마다 들었던 독서 팟캐스트였다.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를 포함) 논픽션물을 소설보다 더 애정하는 나는 동명의 책이 나왔을 때 얼른 읽고 싶었지만 시간 내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서 미루고 미뤄지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뭐라고!


이 책은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이 말하고 듣는 인간 장강명으로 지내며 느낀 독서와 책에 대한 상념들을 담고 있다. '대화에 서툰 인간'이었던 그가 독서 팟캐스트를 하게 되며 만나게 된 다양한 작가들과 그들을 통해 본 한국 출판계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들도 녹아 들어 있다.


1만 권을 읽었다는 것을 마치 훈장처럼 자랑하는 양적 지표에 매몰된 자기 과시적 독서 문화와 굿즈나 리커버 등 물성을 강조하는 요즘 책들, 책을 읽지 않고도 책 소개를 하는 무수한 책 프로그램과 점점 얇아져가는 책들.

한국 출판계의 불편한 면도 서슴없이 지적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지적하는 태세에 젖어 한번씩 저질러 봤을 법한 일들에 뜨끔해지기도 한다.

나도 최근 점점 독서의 즐거움보다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는지에 집착하고, 새로 리커버로 출판된 시리즈의 매끈한 물성에 매료되어 소장각을 외쳐댔으니까.

그래도 책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과시를 위한 독서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르포 장르가 너무나 빈약한 한국 출판계에 대한 지적도 공감했다.

소설이 세상의 단면을 은근히 깨닫게 만들어준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건 르포의 힘이다. 

미국에는 재미있는 논픽션들이 엄청 많은데, 우리나라는 심지어 분량도 그보다 한참 짧은 탐사 보도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은유 작가의 글을 좋아하고, 작가의 글을 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과 마음의 변화를 경험했던 나로써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가슴을 치는 문장을 담은 르포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책에는 나오지 않고 은유 작가가 출연한 회차 팟캐스트에서 나온 아이디어- 문예지들이 소설과 비평 부문만 시상할 것이 아니라 르포 부문도 상을 주자는-가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다 읽고 난 후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느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들 - 르포 장르가 너무나 빈약한 한국 출판계에 대한 지적, 김미경 강사와 같은 말의 달인에 대한 소회, 채사장이 팟캐스트 출연을 너무 만족해 해서 함께 회식을 했다는 이야기 등등 - 대체 어떤 분위기였기에라는 생각에 해당 회차를 부러 찾아 들었다.

팟캐스트의 후일담처럼 책을 보는 기분도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


고전 읽기를 하며 느꼈던 '과연 이 책은 왜 고전일까?'라는 생각에 대한 장강명식 답변도 내겐 너무 명쾌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어떤 가치를 가질까에 대한 의문에도 어떤 기준점을 준 것 같았다.


"여기서 산뜻한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세계문학전집'에 뽑힌 책이라고 해서 꼭 좋아하고 존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명단은 주기율표처럼 확정된 것이 전혀 아니다.

수많은 문학적 견해가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최근 어디서 타협했는지를 보여주는 목록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목록에 대해 '이 작품이 여기 왜 있는 거야'라고 의문을 품고 

때로 분개하는 것이 독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작품들을 지금의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무분별한 깎아내리기와 딱지 붙이기가 아니라 깊이 읽어낸 결과이기를 바란다."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p266~267 / 아르테


"고전은 독자에게 얌전하게 교훈을 주지 던져주지 않는다.

그들은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비를 건다.

자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이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맞혀보라고 묻는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다.

오이디푸스는 뭘 잘못한 걸까? 햄릿은 미친 걸까?

덴비는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서로 싸우고, 다시 또 독자와 싸우는, 

길들지 않는 야수들의 왕국'이라고 평했다. (중략)

악평을 받는 작품이 모두 길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는 소설은 절대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소설가는 읽고 쓰는 세계에서 미래를 만나려면 마음 속에 야수를 품어야 한다."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p240 / 아르테


그리고 <당선, 합격, 계급>에서도 언급했듯 작가와 독자가 서평을 통해 건강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독서 공동체를 꿈꾸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도 읽혔다.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서평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독자가 된다.


항상 '정직한 작가'이기를 꿈꾸며, 자신의 소설적 주제가 '시스템'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읽고 쓰는 인간을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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