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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평점 :

"당신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자이고, 세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최후의 존재다
(p553)"
지대넓얕 시리즈를 읽으면서 요즘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는 '채사장 유니버스' 채널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있다. 새삼 채사장은 참 일상의 현상에서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을 잘 건져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한 인상도 다르지 않다.
지대넓얕 시리즈의 최종편이자, 시리즈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의 기원과도 같은 '제로'편은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모든 지식의 시작, 모든 지식의 완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일원론적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담은 사상과 사상가들이다.
책은 초반에 나에게는 너무도 어렵고 난해하기만 한 우주와 차원에 대한 설명으로 문을 연다. 관련 책이라고는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심지어 SF 장르를 제일 꺼리는 나에게 다중 우주의 개념과 다른 차원에 대한 생각은 머리 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자가 지적하듯 '어쩌면 우리 우주는 우리가 이곳에서 눈떳기에 비로소 존재론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우주를 사유하지 않는다면 (지금도 신비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영역 속에 가려져 있었을지도.
책은 이어 힌두교와 불교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베다와 노자의 도가 사상, 공자의 유가 사상과 신유학의 세계관, 불교 등을 다루며 동양의 일원론 세계관에 대해 특유의 유쾌한 톤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채사장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 우리는 이원론적 세계관이 상식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게 당연한 세계. 나와 세계는 각각 독립된 실체로 분리되어 있고, 나는 세계 속에 존재할 뿐인 세계.
그래서 이 책 전반이 말하고 있는 일원론적 세계관은 낯설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일원론적 세계관은 자아와 세계가 본디 하나이다. 세계는 내가 의식하는 것, 내 마음의 반영이다. 게다가 불교는 자아 역시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우연하게 얽혀 있는 것, 세계 역시 그러하다.
뭔가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고 모래알처럼 손 사이에서 우수수 새어나가는 느낌인데, 또 묘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응축되어 있는 에너지 같기도 하다.
"세계가 내 마음의 반영이고, 그러므로 세계와 자아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설명은 세계를 진지하게 통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가 결국에 도달하게 되는 최종 결론이다." (380p)
이원론적 세계관이 시작된 서양에서도 칸트의 관념론과 현상학,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 등을 통해 철학과 기독교 교리에서 일원론적 탐구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동안 이원론적 세계관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며 인간은 주체로,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봤고, 이를 통해 과학적 진보와 경제, 문화적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생태계가 파괴됐고, 대상이 된 절반의 세계는 억압 받았다. 그 절반의 세계가 받은 폭력과 가치 절하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20세기에는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전 분야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기원전에 살던 위대한 스승들이 떠올린 일원론적 세계관은 이원론적 세계관의 한계가 가져온 필연적인 회귀를 맞이한 것인지도 모른다.
첫 장의 우주부터 불교와 칸트, 몇가지 개념들은 나를 시험에 빠트리게 했지만, 앞서 읽은 1, 2권과 마찬가지로 통섭된 지식을 전달하는 채사장의 맛깔스러운 안내 덕분에 내 지식과 호기심의 영역이 확장된 것 같아 참으로 고마운 독서 시간이었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과 현실적인 혁명가로서의 예수의 모습은 더 탐구하고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럼 일원론의 세계를 접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책의 말미에 알려주는 일곱가지 행동 가이드를 실천해보면서 채사장이 말한 '세계가 나의 마음'이라는 말의 실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길.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