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협상하기 - 골드만 삭스 CEO, 나는 어떻게 중국을 움직였는가
헨리 M. 폴슨 주니어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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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는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과 관련해서 이 책이 약간의 등불이 되어 줄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헨리 M. 폴슨 주니어 <중국과 협상하기> p14 / 열린책들


중국은 우리에게 무시 못할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얄미운 존재'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하자 한한령으로 보복해 한국 경제에 위협을 가한 것은 물론 이 때문에 중국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려던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도 중국의 행보는 세계 경제를 뒤흔든다.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국과 비등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 중국. 그들은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성장했을까?


<중국과 협상하기>는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CEO로, 부시 행정부의 재무 장관으로, 비영리 기관의 대표로 35년간 중국과 함께 일해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책이다.

저자는 1990년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 개혁부터 2014년 시진핑의 '중국몽'까지 개혁의 바람 중심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주석들과 독대하고,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엘리트들과 교류하며 발전을 주도했다. 

그가 보낸 35년의 세월은 5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으로 복원되었다.

마치 내가 투자회사와 정부 핵심 부처에서 일하는 것처럼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회고는 긴장감을 유도했다.


그는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지만 그래서 더욱 중국의 성장을 기대했다.

지금 대립과 반목으로 얼룩진 양국 관계를 보면 아이러니한데 저자는 책을 통해 중국의 현대화와 금융시장 개혁이 미국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함께한다면 미국이 얻을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중국의 낙후된 국유 기업을 세계적 기준에 맞춰 기업공개를 진행하며 그가 속한 골드만 삭스는 꽤 큰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익만을 챙기려했다면 그의 협상은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준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상황을 재단할 때, 저자는 중국 특유의 현실을 반영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여 중국 관료들의 신뢰를 산다. 이는 그가 중국을 깊게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인간적으로 구축한 관계 역시 위기마다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그는 중국 개혁에 깊숙이 개입해 중국의 금융시스템, 국유기업 구조, 경영대학원 교육 시스템, 환경 문제까지 낙후되고 허술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선진화시키는데 앞장선다.


한편 그는 중국의 화려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끔찍한 부작용들, 예컨대 파괴된 환경, 도농간의 심각한 격차, 심화된 빈부격차, 불법적인 난개발, 관료들의 부정부패, 지방정부에게 휘둘리는 국유은행, 그에 따른 악성부채 등을 목격하고 쓰디 쓴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환경 문제는 저자의 특별한 관심이 돋보인다.

국제자연보호협회 활동가로 중국의 천혜 자연들이 훼손되지 않고, 중국이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그는 중국 고위층을 설득해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가 부시 행정부 재무 장관이던 시절 공을 들였던 것은 미국의 정권 교체 후에도 흔들리지 않을 중국과의 공동 프로젝트-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진핑 정부에 들어 중국은 친환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고부가가치 산업들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의지와 달리 각 지방 정부의 성장 우선 정책들 탓에 개선은 쉽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은 중국의 정책 방향이 어떤 식으로 변모해왔는지 중국의 현대사를 두루 훑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꽤 흥미롭다.

그가 실제 활동했던 시절은 90년대부터이지만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건립부터 역사를 꿰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준다.

게다가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중국의 핵심 관료들의 일화들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중국 사회에 겪고 있는 부작용과 꾸준히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저자의 냉철한 분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애정 어린 그의 조언을 보며 한국 사회도 이렇게 분석해줬으면 좋으련만 하는 바람도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명심해야 할 원칙을 제시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결국 핵심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두려워하며 가로막으려 하기보단, (또는 방구석에서 욕하기 보다는)

함께 협력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편이 좋다는 평화적이며 실리적인 그의 태도는 지금 중국을 적으로 여기며 혐오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우리가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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