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 지구 착취의 정점, 그 이후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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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그 실수를 속죄할 기회가 있다. 

(중략)

매우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은 경제나 사회의 진행 경로를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도 할 수 있다.

그저 낙관주의의 네 기수- 자본주의, 기술 발전, 대중의 의식, 반응하는 정부- 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많이 하도록 놔두기만 하면 된다."

앤드루 맥아피 <포스트 피크> p353 / 청림출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와닿게 한 지난 여름의 연이은 장마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공감하고 작지만 도움이 되는 행동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

나 역시도 비닐을 여러 번 재활용하고, 빨대나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며, 가급적 천연 성분을 쓰면서 환경에 위해를 덜 가하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더 큰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무섭게 다가오는 듯한 기후 위기 앞에 왠지 무력감이 느껴졌다. 


이 책 <포스트 피크>는 지구 착취의 정점 그 이후 일어난 변화들을 '거대한 역전의 시작'이라는 부제로 설명한다.

저자가 디지털 전문가다보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낙관론이 곳곳에 묻어있다.


우선 저자는 1970년 4월 22일에 열린 '지구의 날' 행사를 언급하며, 당시에 우후죽순으로 번지던 자원 고갈에 대한 위기감은 실제로 우려했던 것처럼 심각하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원 소비의 정점을 찍은 뒤 일어난 '탈물질화' 때문이었다.

이는 CRIB(덜 소비하고, 재활용하고, 제약을 가하고, 귀농하는) 전략과 같은 환경 운동의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에도 자원 소비가 감소하는 탈물질화는 일어났다.

이런 탈물질화를 이끈 것은 낙관주의의 네 기수 - 자본주의, 기술 발전, 대중의 인식, 반응하는 정부- 덕분이다.


​먼저 언급하는 첫 번째 쌍은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다.

자본주의의 속성은 기업들에게 경쟁우위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게 한다. 때문에 자원의 가격이 상승하면 더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다.

대체하거나, 덜 쓰거나, 기존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거나, 아예 안쓰는 방식으로 자원을 덜 쓰고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강구한다.

이는 기술 발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특히 기술 발전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하여 더 향상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영리추구와 기술 발전이 농장에서는 더 적은 면적과 투입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었고, 각 기능으로 분리되어 있던 수 많은 전자제품들은 아이폰과 같이 하나의 제품 안에서 해결될 수 있었으며, 자원을 덜 쓰고 제품을 만드는 수 많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두 번째 쌍은 대중의 인식과 반응하는 정부이다.

특히 환경 오염과 동물 보호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자연스럽게 이를 해결할 수가 없기에 두 번째 쌍이 역할을 한다.

대중들의 부정적 여론과 행동 촉구는 정부를 움직여 각종 규제와 제한 조치를 이끌고, 이를 통해 파괴된 환경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네가지 기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때 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긍정적으로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리스>처럼 이 책에서도 통계적 데이터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 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을 옹호하면서도,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같은 폐해와 기술 발전이 부를 인간 소외 등을 무시하지 않는다.

네 가지 기수가 가져올 끔찍한 부작용으로 사회적 단절을 꼽고 있다.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전은 극빈층의 삶을 개선하고, 엘리트 층의 부 축적은 가파르게 상승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중간에 낀 중산층의 분노와 소외감은 가중되었다.

단절은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자본과 제도의 신뢰도 감소 같은 현상들과 결합하여 가짜 뉴스, 음모론 등에 쉽게 넘어가는 환경을 만든다. 

이는 객관적 현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훼손시킬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왜냐하면 저자는 마지막에 '대중의 계몽'을 그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 현실을 파악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은 정부에게 영향을 미치고,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서문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전제했지만, 전반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었다.

다만 상세한 몇가지- GMO와 원자력 문제- 등은 정말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정부가 근거도 없이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인지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막연한 불안보다는 실체를 알고 대응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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