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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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후 로맨스 소설을 읽지 않았다. 

현실 연애의 무미건조함을 알아버려서인지, 로맨스 세계가 펼쳐놓은 터무니 없는 달콤함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붙으면 다르지!


중국 웹소설 베스트셀러 1위라는, 어마어마한 인구수만큼 1억 뷰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가진 소설 <잠중록>은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로맨스 사극이다. 총 4권으로 권당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다.

일단 1권만 읽어봤을 때 500페이지라도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 소설였다!


황재하는 촉 지방의 형부 시랑 황민의 여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총명하여 형사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단서 몇 개만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 전적으로 장안 바닥에서 유명인사다. 

어느날 그녀의 일가족이 독살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당일 혼사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빚은데다 독살에 쓰인 음식을 직접 전달한 황재하는 끔찍한 존속 살해의 범인으로 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촉에서 장안으로 남장을 한 채 도망쳐 온 그녀는 황제의 아우이자 역적을 무찌른 영웅이면서, 차갑지만 수려한 미모로 소문이 자자한 기왕 이서백의 가마에 숨어든다.

하지만 금세 정체를 들켜버린 황재하는 이서백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서백은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면 황재하를 도와주겠다 약속하는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음 범행이 일어날 곳을 정확히 추정해낸 황재하, 이서백은 약속한 바대로 그녀에게 안전하게 신분을 감추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실종된 소환관 양숭고의 신분으로 위장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이서백이 역적 방훈 일당을 척결하던 날, 그에게 도착한 의문의 문서 속 '환잔고독폐질(홀아비, 장애, 고아, 무자식, 폐기, 질병)'이라 적힌 글자와 그에 얽힌 저주에 대해 전해듣게 된다. 저주는 이서백에게 그에 해당하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글자에 붉은 원이 생긴다는 것. 

마치 귀신의 농간처럼 여겨지는 이 일은 곧 '홀아비'를 뜻한 글자에 붉은 원이 생기며 얼마 남지 않은 이서백의 왕비 간택에 문제가 생김을 암시한다.


이서백은 현재 황후의 가문 낭야 왕가 출신의 왕약을 자신의 비로 간택하는데, 황재하는 왕약이 숨기고 있는 듯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그녀 주변을 돌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간다. 

그런 가운데 왕약의 불가사의한 실종과 가무 악방 운소원 출신의 예인들이 살해 당하거나 사라지며, 운소육녀와 한때 이서백이 구조해줬던 두 소녀 설색과 난대가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학 수사도 없던 시대에 몇 가지 단서로 치밀하게 추리를 이어가는 황재하와 이를 조력하는 이서백의 관계가 마치 셜록과 왓슨 같았다.

단서를 정리하며 추리를 진행할 때마다 머리의 비녀를 뽑아 글로 쓰는 황재하의 시그니처 동작하며,

까칠한 듯하지만 묵묵히 뒤에서 다 지켜봐주고 있는 로맨스 소설 남주 특징을 다 담고 있는 이서백,

명문가 자제지만 시체 부검에 푹 빠진 괴짜 주자진,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없이 저지르는 황후, 

제각기 다른 성정을 지닌 왕제들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 모두 면면히 살아 있어서 머릿 속에 드라마를 그리기 충분했다.

역시 중국에서 청잠행(靑簪行)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화 되고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1권이 마무리되고, 이제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황재하의 일가족 살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설 것 같은데...

소녀였던 황재하의 눈빛을 여인으로 만들어 버린 우선이라는 죽마고우의 등장이 기대된다.

이서백은 자신이 황재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 각성하게 될련지!


아직 1권에서 개운하게 풀리지 않은 2가지 의문도 다음권에선 알게 되려나?

이서백은 어떻게 황재하를 한 눈에 알아본 것인지(왠지 어린 시절 첫 눈에 반했던 운명?!)

그리고 이서백에게 내린 저주의 문서는 누가 보낸 것인지.


루쉰 소설이나 허삼관 매혈기 같은 근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제외하고, 중국 소설은 처음이라 낯설 줄 알았는데 '구르미 그린 달빛'을 떠올리며 푹 빠져 보았다. (사실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그냥 이서백에 박보검, 황재하에 김유정을 대입해서 읽었다ㅎㅎ)


로맨스 지분이 높았으면 이렇게 흥미롭지 않았을거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들, 아마도 매 권 이렇게 굵직한 반전 사건들이 나오겠지?

웹소설이니 다음 회차 결제를 부르는 스토리를 창작한 작가가 너무나 영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함께 읽는 시리즈 도서로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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