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현실 편 : 철학 / 과학 / 예술 / 종교 / 신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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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진정으로 신비하고 심오한 깨달음을 주는 진실은 

내가 세계의 구심점으로서 세계를 구성해내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실체라고 믿었던 눈앞의 세계가 사실은 나의 주관에 의해 구성된 것이며, 

그것은 단지 내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진실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안개는 걷히고 가려져 있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p376 / 웨일북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두번째 권은 현실 너머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현실세계를 역사, 정치, 경제, 사회, 윤리로 봤다면, 현실너머의 세계는 우리가 진리라 말하는 것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신비에 대한 얘기다.


이 책은 진리를 대하는 3가지 입장으로 철학, 과학, 예술, 종교의 역사적 흐름을 훑어본다.

진리를 대하는 입장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있다고 믿는 '절대주의', 진리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상대주의', 그리고 진리 그 까이꺼!!를 외치며 진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로 나뉜다. 


철학, 과학, 예술은 헤겔이 말한 정-반-합처럼 절대주의와 그 반대급부로 등장한 상대주의, 그리고 다시 근원에 대한 의문과 성찰을 담은 회의주의로 번져간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이데아를 추구하던 절대주의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보다 인간 중심의 상대주의로, 인간의 이성을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데카르트의 합리론에서 경험에 가치를 둔 베이컨의 경험론으로, 그리고 이를 통합시킨 내면의 형상을 제시한 칸트의 관념론으로, 근대철학의 이성 중심적 사고에 반발하며 등장한 실존주의와 니체의 회의주의적 철학은 포스트모던으로 이어져왔다.


과학도 절대값을 추구하던 근대 물리학에서 확률로 측정되는 현대 물리학으로 변화했고, 이 과정에 토마스 쿤은 과학이 정치적인 투쟁이 내포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전 세대와 단절하며  전 세대와 단절하며 진행되어 왔기에, 전혀 과학적인 진보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회의론을 펼치기도 했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낳은 역사를 가졌다. 조화와 균형의 절대적인 미를 추구하던 고대 그리스에서 파생된 예술사조는 중세 르네상스에 들어 작가 개인의 미적 추구와 부르주아의 취향이 반영된 바로크와 로코코 풍에 이어, 작가의 신념과 사상을 담은 낭만주의로 옮겨간다. 그리고 현대미술은 화가를 대상 자체로 삼거나, 대상을 우연한 기법으로 얻는 등 주체를 흔들어대며 회의주의의 절정을 달린다. 


종교만이 <구약>을 기반으로 한 서양의 절대유일신과 <베다 철학>을 기반으로 한 동양의 상대적 다신교로 나뉘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맥을 이어오고 있다.


포스트모던적 사고가 일반적인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절대주의는 뭔가 권위적이고 일방적이며 그래서 다른 생각에 배타적인 꽉 막힌 사고방식으로 여겨진다. 반면 상대주의는 지향해야할 가치다. 아마도 과학에서 경험주의의 승리가 이런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에게 현대미술은 여전히 소통이 어려운 불편한 존재다. 절대적인 미를 추구했던 고전주의보다는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는 낭만주의가 그림 자체에 스토리성이 살아 있어 더 즐겁게 감상하게 되지만, 포스트모던의 감성은 아닌 것이다.

포스트모던의 이념적 측면은 동조할 수 있지만, 실천적 측면은 아직 난해하다고 해야할까.


짧은 생각이지만 이렇게 진리에 대한 입장에 대해 스스로의 취향을 물을 수 있는 건, 이 책이 이해하기 쉽게 철학, 과학, 예술 그리고 종교 분야를 훑어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 '현실 편'에서는 너무나 찰떡 같은 비유를 들어 이해의 폭을 더욱 확대시켰다면, 이번에는 그다지 연결되지 않는 분야를 두루 훑어나가서인지 개념 요약에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종교는 잘못 다뤘다가 논쟁적이 될 수 있어서인지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베다 철학>을 바탕으로 한 힌두교와 불교의 역사는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무척 새로웠다.)


신비 분야는 임사체험과 죽음 이후, 그리고 삶과 우리의 의식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는데 증명되지 않는 분야라 막연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나에게 삶의 절실함 같은 게 없었던 건 아닐까 생각도 들고,

니체의 영원회귀나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순환으로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방법은 의미의 상실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채사장이 정리해둔 요약 노트 같은 성격을 띄고 있지만, 가치와 깊이를 더하기 위해 읽고 토론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각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내 생각과 접목시켜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 어떤 생각을 품고 있고 살아가는 지 돌아본다면 이 책의 내용이 그저 단편적 지식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채사장도 마지막 줄에 강조하지 않았나.

'인생의 의미와 깊이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낸다'고.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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