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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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Netflix 다큐 <소셜딜레마>에서는 SNS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교묘하게 잠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무너져내리는지를 두렵도록 잘 보여주었다. 한때 디지털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트래픽과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나는 정작 내 개인 SNS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카카오톡을 SNS 메신저 서비스로 포함시키면 예외다.) 여하튼 '좋아요'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사는 나에게 다큐가 보여준 현실은 무척 심각했지만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 전반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SNS는 하지 않아도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곁에 끼고 살고 있고, 손으로 쓰는 글 보다 워드로 쓰는 글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며, 정보를 찾을 때 책을 드는 것보다 위키피디아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편인 나도 예외가 아니다. 


책의 요지는 하이퍼링크와 멀티 미디어로 가득한 인터넷 세상이 방대한 연결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져온 듯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뇌는 어떻게 변화에 적응해가는지를 조명하고, 수 많은 연구와 실험 결과를 거론한다. 


책은 크게 2개 부로 나눠져있다. 

1부 문자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은 인류의 역사에서 사고가 확장된 발명들- 문자, 책, 인쇄술- 등을 다루고 있다.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은 우리의 뇌는 새로운 상황에 스스로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구술문화에서 알파벳 등 문자의 발명으로 글로 기록하게 되며, 인류는 풍부한 감각과 몰입을 잃었지만 논리적인 사고와 고취된 의식을 얻었다. 책의 발명도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켰다. 문서에 띄어쓰기와 구두점, 문단 구조가 생기고 인류는 비로소 깊게 읽기가 가능해졌다. 깊게 읽는 것은 항상 주변의 위험물을 감지하느라 본능적으로 산만할 수 밖에 없는 인류의 뇌에 고도의 집중력을 가져다 주었다. 인쇄술의 발명은 이런 깊은 사고를 대중들에게 까지 확장시켰다. 저자는 지도, 시계 등의 도구의 발명이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의 기능을 넘어서 사고를 바꾸는 지적 기술이라 지적하며 문자 역시 이와 같은 지적 기술이며, 지적 기술에는 지적 윤리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은 문자만큼 강력한 지적 기술임에 비해 확장성에 대한 찬사만 있을 뿐 그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보는 듯 하다.


​2부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에서는 구체적인 실험 결과를 통해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이 방대한 정보를 다룰 수 있고, 더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기에 우리의 지적 능력을 확장시켜준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다수의 실험 결과는 인터넷이 인지 부하를 유발시켜 단기 기억을 처리하느라 지친 뇌는 장기 기억과 스키마를 형성하지 못해, 기억력은 저하되고 사고력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인터넷은 우리로 하여금 그 규모나 범위 면에서 전례가 없는 정보의 도서관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중략) 인터넷이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스스로 깊이 아는 능력, 우리의 사고 안에서 독창적인 지식이 피어오르게 하며 풍부하고 색다른 일련의 연관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바로 그 능력이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p236 / 청림출판


또한 구글은 '세상의 정보를 조직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미션과 선한 영향력을 이루고자 하는 경영철학과 달리 정보를 독점하여 우리의 관심과 사고를 조정하는 있고 있다. 굉장히 이중적이다. 그 중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구글이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서비스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의 뇌를 컴퓨터와 동일시 하고 있다. 인간의 뇌를 '더 빠른 프로세서와 더 큰 하드드라이브, 그리고 사고의 과정을 조종할 수 있는 더 나은 알고리즘이 필요한 구식 컴퓨터'로 보는 것이다. 구글의 세상에서는 사색을 위한 침묵이나 모호함은 고쳐야할 버그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공감이 되었다. 특히 우리에게 지금 가장 친숙한 구글의 유튜브를 생각해보면, 편향된 알고리즘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플레이에 갇혀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본 적이 있는 나로써는 이 무서운 경고가 너무나 와닿았다.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는 미숙해진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p313 / 청림출판


우리는 어느새 기억을 웹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모두 스마트폰 주소록 속에 있고, 익힌 지식보다 그때그때 정보를 검색하는데 익숙하다. 매일 가던 길도 지도앱을 켜지 않으면 헷갈린다. 웹의 정보 저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우리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은 쇠퇴한다. 한때 문제시 된 '디지털 치매'가 떠올랐다. 우리는 어쩌면 붕어보다 못한 뇌를 가질지도 모른다.


책은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심플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 뇌를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 뇌를 잃는다는 것은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생각이 사라지면 문화도 소멸할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우리 뇌가 처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대안을 조목조목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선형적 사고가 준 깊은 사고와 높은 지적 능력을 매번 상기시키며 우리가 돌아가야할 방향을 은근히 제안한다. 

그래서 결론은 디지털 시대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해 책을 읽자는 것!

나도 어느 책의 제목처럼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이 되어야 겠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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