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양질의 독서 캠페인' 선정 도서로 함께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몇년 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라는 책을 통해 접했던 지정학 개념.

한 나라의 경제 수준과 국제관계 등을 지리적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었고 무척 흥미롭게 읽었었다.

하지만 현재 각 나라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리적 관점으로 모두 치환해서 보기에는 안일한 결정론적 입장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접한 팀 마샬의 <지리의 힘>.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의 과거와 현재 맞닥뜨린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 역시 역사의 맥락에서 지리가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보다는 지리적 환경보다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여러 나라와의 관계 차원에서 그 나라가 처한 상황을 해석한다.


자원에 대한 열강들의 탐욕과 그에 따른 약소국들의 비극이 상세하게 담긴다.

이제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되어 바로 인근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짜놓은 판 위에 전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먼저 첫 장은 중국.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문명이 발달했지만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그 결과 세계에 식민지를 넓혀가던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영토가 빼앗기는 굴욕을 맛봤던 이 나라는 공산당 1당 독재로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꾀한 후 탄탄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양 강국이 되어 가고 있다.

뒷 장에 다른 나라를 다룰 때도 중국은 거듭 반복되서 나오는데, 실로 중국의 자본이 손을 안 뻗힌데가 없다.

56개의 소수민족이 한 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중국에서 잡음이 안 나올리 없는데, 유혈사태도 있었던 티베트와 비교적 외부에 덜 알려진 신장의 독립 투쟁도 다루고 있다. 예전에 뉴스에서 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로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그리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냥 독립 시켜주지'라고 얕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티베트가 과거 식민지처럼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땅도 아니였고, 왜 저 곳은 분란이 반복될까 의아했다.  

티베트는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메콩 강의 주요 수원이 있어 물의 주도권 확보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인도나 티베트 독립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 주도권을 빼앗기는 건 중국으로선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중국인들은 티베트 문제를 인권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기보다는 '지정학적 안보'의 틀에서 본다'고 말한다.

신장도 사막만 있는 쓸모없는 땅 아닌가? 그냥 독립시켜주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8개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완충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량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단다.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에서 일고 있는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그 지역에 주요 인프라를 건설하며 한족 노동자를 이주 시키는 방식으로 회유하고 있다. 중국의 야심과 어떻게든 밀어붙이는 압도적 추진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두번째는 미국,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축복받은 나라다. 

자원도 풍부하고, 기후도 좋아 식량생산에도 문제가 없다. 강대국들과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떨어져 있어 침략의 위협도 적다. 

물론 처음부터 미국이 지금의 국경 형태를 갖춘건 아니였고, 식민지였던 땅을 야금야금 사들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일 허수아비 정권을 세워 세계를 컨트롤해왔다. 

최근 중국의 이례적인 부상과 함께 세계 패권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예측도 있지만, 저자는 이 예측에 회의적이다.

미국은 유럽이나 일본보다 젊고, 매년 상당한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교육인프라가 가장 우수하고, 자원이 자급자족되는 '특별한 섭리'를 부여받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장에서는 종교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크게 균열이 없을 것 같은 유럽이 사실 유럽연합으로 인해 가까스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난민 문제, 각각의 경제상황 등을 이유로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져 최근에는 유럽연합 탈퇴를 원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한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얼지 않는 항구, 부동항을 갖지 못해 영원히 다른 나라를 기웃거려야하는 러시아.

한국과 일본 장에서는 한국인보다 이 반도의 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했다.  

한국은 사실 통일을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것, 외부에서 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일 수 있으리라.


유럽 열강들의 지배과 이어지는 미국의 간섭, 그리고 중국 자본의 개입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등 빈곤이 계속 이어지는 대륙의 공통점이다.

풍부한 자원은 오히려 비극이 되어 식민지배의 타깃이 된 이들은 철저히 이용당한 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건설되고,

끝없는 내란을 겪는다. 인위적으로 그려진 국경선은 분쟁의 씨앗이 되고, 그 안에서 함께 살 수 없는 다른 민족들을 제거해간다. 

독재 정부가 들어서고 불평등은 심화된다.

질병에 취약하고, 천연 항구가 없어 교역이 전면 차단되거나, 대륙 내 패권국에 낀 지리적으로 열세한 경우는 더욱 비참하다.

눈 앞에 매일 펼쳐지는 생존의 위협 속에서 이 비극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일지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대륙들에게 유럽이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평화는 왜 요원한 것일까? 비극이 대물림되고 있는 대륙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땅에 묻힌 자원들은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대고 있는 자본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다.

글로벌화로 이들은 모양만 다른 식민지배를 다시 겪고 있는 것 같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인위적으로 나누고 통합시킨 결과로 지속적인 분쟁에 시달린다. 물론 저자는 인도의 경우 다양한 문화, 각종 분리주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정체성'이라는 통합적 개념이 있어 성장 잠재력을 품은 나라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인도의 미래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 속에서 중국과의 영토 분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북극을 다룬 마지막 장은 기후위기를 직면한 지금을 기회처럼 여기는 각 국가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땅 북극, 영원히 얼어 있을 것 같은 빙하가 녹아 내리자 해저에 매장된 자원들을 시추할 수 있게 되고, 막혀 있던 뱃길도 뚫려 이전에 없던 '해양 고속도로'도 만들어졌다.

한 쪽에서는 온난화로 침몰의 위험을 받고 있지만, 북극에서는 갑작스러운 기회의 땅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들의 분쟁 중이다.


북극의 자원은 아직 실체가 없다. 하지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너도 나도 주도권 전쟁에 뛰어들게 만든다.

저자는 북극 문제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로섬 방식의 추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탐욕을 극복하고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그레이트 게임'을 해야한다고. 


책을 읽으며 좁은 우물을 기어 올라 세상을 슬쩍 훔쳐본 기분이 들었다.

국제 뉴스를 통해 스쳐 지나갔던 다른 나라의 사정들을 심도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 삶과는 중요하지 않다 여겼는데 코로나 19와 기후위기를 겪으며 이 문제들이 결국은 연결되어 나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지금, 더욱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유럽연합이 아슬아슬하지만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건 평화에 대한 간절함과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적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대전을 겪고서야 이를 깨달았듯, 지금 분쟁을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에게도 이 깨달음이 가닿기를.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지구에서 모두에게 닥친 기후위기를 인류가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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