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부르는 이들에게
콘딧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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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너무 힘들 땐 책을 읽거나, 긴 영화라도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정말로 그 말에 따르니 더 이상 나를 좀먹는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읽고, 보며 집중하게 되는 순간만이 내가 평화로울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니 조금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피하기만을 위해 쓰던 시간이 이제는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그렇게 나 자체가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우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구 찾았다. 어떤 이야기는 너무도 인위적인 듯 텅 비고 공허했고, 어떤 이야기는 우울이란 걸 겪어본 적 없는 듯해 실망도 들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내가 가진 우울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바다처럼 끝이 가늠되지 않는 훨씬 깊은 우울이었다.
책에 담긴 시들은 힐링이나 '네가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같잖은 위로의 말 따윈 전혀 없었다. 오직 작가가 느꼈던 우울하고도 암울한 감정을 시로 옮겨놓았고, 그가 그런 고통을 받고 동시에 견뎌내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 내게 위로가 되었고 내 마음이 기댈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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