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그 철학적 의미
K.해리스 지음, 오병남ㆍ최연희 옮김 / 서광사 / 1988년 3월
평점 :
품절


추상은 예술가에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끔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즉 일상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나 자신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다시 한번 경이로움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미술가가 풍경화나 초상화를 그리는 한 그것을 보는 대신에 우리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할 위험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즉 "저 풍경은 우리가 여름철 머물렀던 메인 지방의 풍경과 똑같다"거나 혹은 "저 불쌍한 여인에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났던가. 할머니는 결코 저 여인처럼 보이지 않았었는것이 아닌 것 때문에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련의 기대들이 예술 작품에 선행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객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작품 외부에 놓여 있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만약 관객이 이러한 작품 외적인 관심에 매여 있다면, 그는 문제의 그 예술 작품을 단순한 기회, 즉 하나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회로 환원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은 예술 작품을 방해하는 것이다. (211쪽)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책을 주고, 팔고, 버렸다. 그 와중에 이 책은 살아남았다. 지난 주에 <에드워드 호퍼>전을 다녀왔다. 나는 호퍼의 그림이 다소 심심하게 다가왔다. 추상화 앞에서 느꼈던 막막함 때문일까. 그림과 대화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올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여럿이 함께 다시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미술 책을 같이 보고 있다. 이런 저런 책을 다시보기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새롭게 다가온다. 천천히, 가만가만 다둑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도.  그러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기억력도 이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책을 읽어도 남아있는 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몇 가지 소득은 있었다. '추상'에 대한 의미와 칸딘스키의 신사실주의, 키취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250쪽 분량의 이 책 만으로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림을 계속 보다 보면,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