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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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의 대가로 불리며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읽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어려웠다.

 

디어 라이프는 앨리스 먼로의 마지막 작품을 총 14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소설은 어떠한 사회 문제나 사건을 포착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조곤조곤 전달하는 내용이다.

 

단편 소설을 다 읽었을 때는 내가 이 책을 왜 어려워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의 사연을 담은 평범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역자 해설을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먼로의 언어는 굉장히 정제되어 있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극적이지 않다. 차분한 힘이 느껴진다. 그런 언어 속에서 집약적이고 심오한 통찰이 일어나며 극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한두 마디의 말에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작품 속 대회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길지 않다. 코리에서 주인공은 오랜 세월 동안 살을 맞댄 나마가 자신에게 속임수를 쓴 것을 알아내고도 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고 넘겨버린다. 떠나거나, 머무르거나. 군더더기 말은 필요 없다. 따라서 독자의 역할이 커진다. “라는 질문도 독자의 몫이고, 그 답도 독자의 몫이다.-P.428

 

독자의 역할이 크기에 더욱 어려웠던 것이다. 노벨 문학 수상자라는 저자가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일까,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일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야 하는데, 나로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도 오리무중이었던 단편 소설집이다. 다만,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느껴지는데, 책을 다 읽고 한 달이나 지나 서평을 쓰는 지금, 책을 펼치자마자 한적한 시골 마을의 따사로운 햇살이 연상된다.

그가 내게 말했다. "시간 낭비는 하지 마. 네가 얼른 달려와서 알려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죄의식에 빠져 들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가 말한 것처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거야." 그가 말했다. "뭐가 어떻든 간에, 그냥 그러려고 해봐. 넌 할 수 있어. 하다보면 점점 쉬워질 거야. 주변 상황과는 아무 상관 없어.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넌 모를 거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는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
이제, 안녕.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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