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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호텔선인장]이란 이름의 아파트에 3명의 친구가 살고 있다.
모자, 오이, 숫자 2, 이 세명이 친구가 되고 일상을 공유하며 어울리다
아파트가 헐림에 따라 각자의 길로 가게되기까지의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그들은 너무나 인간적이며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다.
각가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단치 않은 상황에서도 그들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른 듯 하면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세사람의 모습은
곳곳에서 등장하는 아파트의 모습을 그려넣은 삽화만큼이나 아름답다.
모자는 위스키를, 오이는 맥주를, 2는 자몽주스를 마신다.
그들의 입맛이나 취향만큼 다른 존재였던 그들이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마냥 부럽기까지 하다.
누구나 추억할만한 인생의 한때를 가지고 잇겠지만
이 책에 묘사된 그들의 한 시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살다보면 나와 맞는 사람들 찾아 가까이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다름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과 성격을 지녔으되,
가끔씩 등장하는 이름 본연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순간들은 웃음마저 자아낸다.
여백의 미와 텍스트 사이의 간격이 주는 느낌까지도 책 전반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긴 하지만
주머니가 빵빵한 독자가 아닌 이상 허술한 편집은 역시 맘에 들지 않는다.
그것만 뺀다면 차 한잔 하면서 후루룩 읽어버릴 듯이 가볍고 유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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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아버지는 숫자 14이며, 어머니는 숫자 7이었습다. 두 사람이 나눗셈을 하였기에 2가 태어난 것입니다. 덧셈을 했다면 21이, 곱셈을 했다면 98이 태어났을테죠.
모자는 할머니품에서 자랐습니다. 모자의 할머니 역시 모자였지만, 제비꽃 모양의 조화가 달린 매우 세련된 사람이었습니다. 해군의 모자였던 할아버지와는 열렬한 연애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모자'라는 것이 대게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난처한 쪽은 모자입니다. 돌아갈 차비는 없었고, 그렇다고 조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2는 모자를 쓰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히면 한 사람 몫의 요금으로 둘이 함께 돌아올 수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