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방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8
가스통 르루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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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리 소설 등의 본격장르문학은 시대적 흐름을 많이 반영하게 마련이다.

트릭을 다루는 장치가 해당 시대의 역사나 과학기술, 문화 등에서 힌트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른바 고전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을 지금에 와서 읽게 되는 경우

주인공들이 절절매는 그 트릭이란 것이 조금 허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의외로 간단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작품이 쓰였던 시기에 비추어 완성도를 판단해야 하지만

독자로서는 자신도 모르게 에게~ 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런 경우에 잘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게 되었다.

무척이나 둔한 나로서는 의외로 트릭을 사~알짝 짐작하긴 했지만,

오호~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다.

 

조금 잘난척이 심해서 맘에 안 드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주인공 조셉 룰르타뷰의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추리는 크게 공감이 간다.

밀실 트릭의 경우 비밀통로가 있다던지, 건물에 대대로 내려오는 숨겨진 장치가 있다던지 하는 둥의 이야기는

작가가 비겁한 수를 쓴다는 것이라는 그의 견해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트릭을 풀려고 하는 사람이나 독자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실마리로 똑같이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드러나지 않고 있던 다른 장치들이 마지막에 등장하여 해결의 열쇠가 그것이었다고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절대, 100% 공감하는 주장이다.

(그동안 내가 멍청해서 트릭을 몰랐던 게 아니었단 말이지, 휴우~ ^^;; )

 

피해자인 스탕제르송 양과 그의 약혼자가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비밀을 지키고 범인을 밝히지 않으려 한 이유도 공감이 가고

조셉 룰르타뷰가 범인을 알아낸 후에도 그들의 비밀을 덮어주려고 애쓴 노력들까지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약간 장황한 묘사와 서술이 긴장감을 살짝 떨어뜨리긴 하지만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구성을 보여준다.

추리 소설의 근간이 되는 트릭 자체 뿐만이 아니라

소설 자체의 완성도로써도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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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 모리미 도미히코의 미도리의 책장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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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일단 불공평하게 쓰여질 수 밖에 없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웃음 코드는 내게 너무 잘 맞는다.

게다가 교토가 배경이라니, 두말 할 필요가 없는 거다.

 

일본 고전 소설인 "달려라 메로스", "산월기", "덤불속", "벚나무 숲 만발한 벚꽃아래", "햐쿠모노가타리" 5개의 이야기를

현대의 교토를 배경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써 냈다.

물론 해당 원작들을 아직 접해 보진 못했지만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청춘물로 새롭게 태어난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유쾌하다.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야기에 조연으로 교차 등장하면서

책 한권 전체가 연결된 느낌을 준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이 재미있고

시대가 현대이긴 하지만 교토 특유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각각의 원전을 읽어볼 마음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내 서재에 꽂힐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이 한권 더 늘은 것 역시 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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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이리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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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분위기를 기대하신다면 이 책을 권하지 않습니다.

[언니의 임신]을 읽고 씁쓸하고 소름끼치는 기분을 느끼셨다면 역시 권하지 않습니다.

 

오가와 요코는 감성 묘사에 꽤나 일가견이 읽다고 생각한다.

뭐가에 대한 결여에서 오는 비뚤어진 감정이라든지 비틀린 욕망,

상처받은 기억을 안고 사는 자의 일탈적인 행동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얘기를 풀어나가는 힘이 있다.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를 서술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꽤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욱 작품 전체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아닐런지...

 

그녀를 처음 접한 것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작품이었다.

따스한 온기가 흐르는 이야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역시 뭔가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그나마 남은 어머니의 애정도 느끼지 못하고 자란 소녀에게

부인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한 중년 남자가 다가온다.

이후는 그 남자와의 비현실적인 사랑 얘기다.

이쯤되면 플라토닉한 러브를 기대하진 않겠지만, 다소 강하다.

으윽, SM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피가 낭자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그런 류와는 별개로

읽고나면 개운치 않은 기분이 만연하기에

다시 한번 내게 기회가 온다면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판단은 알아서 할 몫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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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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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노트르담의 꼽추]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에 한번 읽고 덮었던 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어린이용 버전으로 읽었던 까닭에 제대로 읽어보고자 욕심을 냈다.

 

책을 읽으며 몇가지 당황스러운 점이 있었다.

첫째는, 이게 원래 이런 줄거리였나...싶었던 점이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카지모도의 슬픈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만,

이렇게 다들 죽는 내용이었나? 싶은 당혹스러움이 몰려왔다.

왜 나는 기억을 전혀 못 하고 있지? 하는 자아상실감...

(기억력에 관한 문제로 자아상실감을 들먹이는 건 오바라 여겨지지만...)

 

둘째는 배경에 관한 무지라고나 할까...

빅토르 위고가 그리 살리려고 애썼던 건축물들에 관한 지식과

그 세밀한 묘사에 보낼 찬사에 담겨야할 나의 미적 센스 결여(ㅠ.ㅠ)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대한 무지...

또한 그들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각종 고전문학의 인용문과

신화, 라틴어 등에서 차용된 구절들...

무시하고 본다면야 뭔 문제가 있겠냐만

애초에 이 책을 집어든 계기가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이었기에

여러모로 씁쓸한 마음이 가득하다.

 

고전은 여러번 읽어야한다는 옛말은

그 작품이 주는 메세지와 감동이 내가 성장함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거 외에

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움을 넓혀서

그 내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도 있나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를 했다기 보단

텍스트를 읽은 듯한 죄책감이 살짝쿵 들지만

나의 부족함을 깨우친 계기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

아쉬움과 미련과 부끄러움을 이만 접으려 한다.

후에...언젠가...나중에...다시 읽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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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냉수
하다 게이스케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두 형제가 있다.

어린 시절 유약했던 형은 밖에서 놀림 당하고 구박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 있는 어린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 해소하곤 했다.

형이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 그 폭력은 멈추었지만

동생은 형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고

형은 신체를 단련하고 좋은 학교에 들어감으로써 그 우위를 굳건히 했다.

어린 시절엔 형에게 맞음으로써, 성장하면서는 잘난 형에 대한 비교로

둘째는 형에 대한 미움이 나날이 커져만 갔고

서로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이 책은 그런 둘의 이야기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아껴줘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묘한 논리가

그 형제들에게 되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노출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타인이 했을 경우 참고 지나칠 수 있는 말, 행동 등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모님과 친척, 주위의 시선들은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포장하려 한다.

때로 이것은 무척 큰 짐이 되며, 나이가 어린 시절에 그 딜레마를 겪게 된다면

형제 혹은 남매, 자매간의 관계에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약간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긴 하나

요새같이 인륜이니 천륜이니 다 사라져가는 세상에선 되려 그들이 정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 억압된 일본 사회에서의 가족이니 만큼

그 안에 내재된, 억눌린 감정들이 푹발할 때 가족이라는 사회는 바로 붕괴될 것이다.

두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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