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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젊고 지적인 엄마와 라디오 방송국의 인기 있는 디제이 아빠를 둔 호기심 많고 똑똑한 다섯 살배기 아들 로비가 유괴된다. 유괴범은 아이에게 '기드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 일은 신의 뜻이고,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은 희생자와 포식자로서 예측할 수 없고 정상적인 감각조차 잃어버린 기묘한 유대와 공생을 시작한다. ]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은 것은 잔혹하리만치 가혹한 '희망'이었다. '희망'을 좋은 것이라고 칭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쇼생크탈출]에서 앤디 역의 팀 로빈스는 말했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로비는 희망했다. 대디 러브의 손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놀이터에서 손에 카메라를 든 뚱뚱한 아저씨가 다가올 때 그가 잠복 경찰이기를 바랬다. 그래서 대디 러브가 주는 끔찍하고 기이한 사랑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다이너는 바랬다. 로비가 발견됐어요, 아주 건강해요...라는 소식을... 언제 돌아올 지 알 수 없는 로비가 변해버린 외모의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다시 전처럼 행복한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렇지만 희망은 그들을 지치게 했고 마주한 현실은 바랬던 것 만큼 달콤하지 않았다.
유괴, 납치, 소아성애자,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다양한 범죄자들에 관한 소설들이 있지만 대부분 사건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디 러브]가 다수의 그런 작품들과 달리 하는 것은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내면적 변화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에서 밝게 자라던 아이가 물리적, 신체적 학대를 통해 납치범이자 가해의 대상인 범인을 무서워하고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론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굳이 스키너나 파블로프의 행동이론 등을 들먹이지 않아도 유년기의 아이가 끔찍한 공포 상황에서 악의 대명사격인 범인과 지내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싫어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공감과 이해를 불러 일으킨다. 어머니 다이너 역시 아이를 데려가는 범인에게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고 그의 자동차에 15m나 질질 끌려가면서도 범인의 행동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런 것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단지 범인이 가한 일격에 쓰러지며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놓은 자신만을 책망한다. 다이너는 주위의 시선과 마음이 멀어지는 남편, 그녀를 자극하는 친정엄마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둔다. 몸과 마음에 상처와 흉터가 가득한 자신은 가슴 속 어딘가로 밀어두고 명랑하고 말도 맣이 하는 활달하고 건강한 다이너가 되려 애쓴다. 로비가 모든 희망을 잃고 대디 러브의 아들로서의 자아와 어느덧 익숙해진 기드온이라는 자아를 분리해버린 것처럼 말이다.
아이는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아이는 엄마가 그리던 어린 로비가 아니다. 다이너는 노력한다. 다시 한번 행복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불행은 되풀이되는 것인지... 다이너의 예감은 불길하기만 하다. 티 없이 말고 순수하던 어린 영혼이 파괴되고 폭력과 공포, 억압과 학대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낸 로비가 어떻게 자라게 될 지 작가는 말을 아꼈고 그 어떤 반전보다도 놀랍고 상상해보기 두려운 열린 결말로 책은 끝난다. 아, 이렇게 무서운 소설...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고통에 빠진 사람은 고통이 어떤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배운다.]
[기억들은 행복했던 과거를 되풀이하라고 우리를 들볶는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