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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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가족을 잃고 전염병 속에서 살아남은 오후미가 항아리가 그려진 이상한 족자를 보게 되는 「스님의 항아리」, 마사고로와 짱구가 한 저택에서 일어난 슬픈 사건과 마주치는 「그림자밟기」, 사람을 도박 중독에 빠뜨리는 요괴가 등장하는 「바쿠치간」, 미시마야 시리즈에 나오는 아오노 리이치로와 습자소의 말썽꾸러기 삼인조가 수상한 스님 교넨보를 만나게 된 사연을 그린 「토채귀」, 비 때문에 발이 묶여 여관에 머무르게 된 한 부부가 어떤 노파와 방을 같이 쓰게 되고, 그날 밤 노파의 울음소리에 눈이 뜬 남편이 노파에게서 옛날 이야기를 듣게 되는 「반바 빙의」, 만능 해결사 야나이 겐고로에몬에게 고양이 요괴가 찾아와 다른 요괴를 처치해 달라고 의뢰하는 「노즈치의 무덤」이 수록되어 있다. ]

 

싸움이 났을 때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보고 일방적으로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발단이야 어찌됐든지 뭔가 리액션이 있으니 싸움이라는 형태로 발전된 것이고 그 사이엔 여러가지 상황이나 감정 등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당연지사니깐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단편이라는 이야기 형식은 늘 아쉽다. 뭔가 더 할 말이 있을 거 같고 숨겨진 뒷 이야기가 남아 있는데 작가가 모르거나 아니면 독자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혼자 납득한 거 같아서 말이다. 작품 완성도의 질을 떠나서 이게 답니까? 이게 최선입니까? 하고 싶다는 거지... 장님이 코끼리의 굵은 다리 한쪽이나 기다란 코만 만지고서 코끼리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그네들의 삶의 일부분만 한조각 맛배기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단편을 피하게 된다. 그러나 딱히 싫다 할 건 아니어서 괜찮은 단편을 만나면 당황스럽기로 하고 반갑기도 해서 갈팡질팡 하기도 하니 내게 딱히 주관이라거나 줏대라는 건 없나보다.

 

사족이 길었지만 한마디로 이 책이 맘에 들었고 여기에 실린 단편들이 꽤나 괜찮았다는 거다. 특히 토채귀 이야기와 반바 빙의 이야기가 좋았다. 바쿠치간도 좋았으나 이 작품은 전에 "도박눈"이던가...하는 단편모음집에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는지라 이번엔 맛이 덜 했다. 토채귀란 사람이 살아있을 때 누군가에게 뭔가를 빌려 주고 그것을 돌려받지 못해 원한을 품고 죽은 원한이 빌린 사람의 아이의 몸에 깃들어 태어나 약값이나 도박 등으로 빌려 준 것과 같은 만큼의 돈을 쓰게 만들어 원한을 풀게 한단다. 일본 에도 시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묻지마 살인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범죄보다 되려 사람사는 이치에 훨씬 닿아 있다고 느껴져 재미가 컸다.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미스터리나 범죄, 추리 소설 등을 멀리 하라고 충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뭔가 서운한 맘도 들었더랬다. 그들만의 재미와 감정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단순히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래도 잔인하고 끔찍하며 사람에 대한 회의가 심해질까 저어되어 그런다고 한다면 이런 작품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분명 비뚤어진 심성의 인간들과 요괴의 잔혹함 등이 주 소재일지언정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할 수도 있다고... 읽고 나서 마음이 서늘해지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잠자리 옆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같은 포금함을 나눠주는 그런 이야기도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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