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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사랑을 착각하고 오해하고 두려워하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득하다. 테드는 평생 어린 여자들만 쫓아다니다 죽었다. 그의 유일한
사랑은 루스였지만 그녀에게 버림 받는다. 매리언은 남편에겐 실망했지만 아들들은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지닌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믿지 못하고 루스를 떠난다. 그런 부모와 환경 탓이겠지만 루스 역시 사랑을 얻고 사람을 믿는 데 힘겨워 한다. 그녀와 전혀 상반된 성격의 해나를
굳이 옆에 두고 남자들과 그들의 애정을 시험하는 것 역시 그녀 안에 자리 잡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소 불안정하고 비뚤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서라
생각한다. 아마 이 책 안에서 유일하게 진실되고 솔직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고 꿈을 꾸는 것은 에디 혼자 인 것 같지만 그의 사랑은 이해 받지
못하고 시종일관 비웃음을 산다.
그녀가 성장한 후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어린 루스에게서 보였던 많은 장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굳건한 심지
곧음이, 사람을 대할 때의 당당함이, 상황을 바로 보는 눈이 모두 사라졌다. 성인이 된 루스는 다소 어둡고 자심감도 부족하고 약간의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 한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변화하긴 하지만 그 때까지는 꽤나
지루해지고 답답한 느낌까지 든다. 루스 역시 완벽한 짝을 만나고서야 그녀의 본성을 되찾고 편안해 지는 듯 하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특정 상황이나 에피소드, 계기 등에 의해 전환점을 맞고 성장 혹은 퇴보 하며 극 속에 녹아 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쥐고 흔든다. 그들이 좀재함으로써 상황이 바뀌고 이야기가 움직이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나름 특별한
상황과 소재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 다른 책에서 등장한다면 꽤나 주목을 받을 법한 이야기인데
여기에선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뒤의 배경은 흐릿하게만 보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기 보다 사람이 환경을 바꾸어 간다고 이해하는 편이 이
책에 몰입하기 쉬울 것이다. 아, 그래서 초반에 진도가 더뎠던 것인가? 아무튼 재미난 작가를 발견한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자기 인생을 바꾸지는 않기 때문이다. - p.71 ]
["누구나 인생을 바꾸고 싶을 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아?"
"그렇긴 한데......나는 잘 모르겠어." 해나가 말했다. "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꼭 무슨 일이 생겼을 때야." -
p. 162 ]
["당신이 최선을 다 했을 때에만 저도 최고의 편집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작가들에게 하던 말이었다. (저자가 아직 걷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앨런은 말하곤 했다.) - p. 254 ]
["나는 한 여자의 전체를 보려고 노력해요." 에디가 해나에게 말했다. "물론 그 분이 늙었다는 건 알지만, 사진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 그러니까 인생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거죠. 나는 나보다 훨씬 젊었을 때의 베스컴 부인을 그려볼 수 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몸에 배어 있는 표정이라든가 몸짓 같은 게 있거든요. 그리고 늙은 여자라고 해서 자기를 언제나 할머니로 보는 건
아녜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어떤 사람 안에서 그 분의 인생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니까요.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는 말을 그쳤다. 스스로 당혹감을 느꼈을뿐더러 해나가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나를 그런 식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해나가 말했다. - p. 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