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라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비라 캐스퍼리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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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있으니까 외로움을 즐길 여유도 생기는 거예요. 아는 사람들이 많을 때 고독이 사치가 되죠. 혼자일 수 밖에 없는 경우에만 괴롭게 되는 거예요." - p.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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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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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직하게 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가 서투르지만 정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의 말처럼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너무 간결하거나 과장스럽게 묘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진다.

 

예전에 [뿌리]라는 작품을 너무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끌려와 미국에서 노예의 삶을 살아가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였는데, 그 때의 기억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던 한 사람의 인간이 비참한 노예라는 신분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모든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도 지니지 못 하고 가축이나 물건처럼 백인 주인의 소유물로써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농장의 다른 노예들처럼 애초에 노예로써 태어나고 살아온 이들도 자유를 꿈꾸고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의 욕구에 괴롭기 마련인데, 하물며 자유인으로 살아왔던 솔로몬 노섭에겐 정말 지옥같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그는 노예생활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자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글을 쓰려 했지만, 후반부에 그를 구하러 달려온 판사를 만나고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에선 그야말로 폭발하는 듯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오랜시간 숨죽이고 치밀러 오르는 울분과 설움을 억눌러 오다가 마침내 그 응어리를 풀어 내는 모습은 화려한 수식어구나 과한 단어들을 나열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었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은 굳이 피부 색깔의 차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세상에서 살아온 이들이라면 충분히 차별의 공포와 학대의 두려움을 인지할 것이다. 이 책이 유독 감동스럽다면 그건 정말 진실한 사람의 이야기라서 그럴 것이다. 특별한 장치나 극적인 에피소드를 끼워 넣지 않아도 그 삶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뭐라 길게 말하기가 참 어렵다. 실화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작가 본인이 비참한 노예의 삶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자신의 희노애락을 최대한 절제하여 표현하려고 저리 애를 썼는데 내가 뭐라뭐라 평할 성질의 것이 아닌 듯 해서 말이다. 평점도 사실 어불성설이다. 타인의 인생에, 삶의 역사에 내가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가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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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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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인 [무지개 곶의 찻집]을 읽었었다. 그냥 요새 유행하는 힐링 소설이구나...했다. 힐링 소설치고는 좀 약하네... 이렇게도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백년을 대대로 이어온 식당이라니... 내가 워낙 좋아하는 소재가 아닌가 말이다... 자고로 유혹은 넘어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

 

결과부터 말하자면 전작보다 훨씬 좋았다. 4대째의 요이치가 식당을 본격적으로 물려받아 일을 배우고 운영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1대째가 식당을 처음 시작하고 2대째에서 위기가 오고 3대째는 고생하면서 가게를 다시 일으키며 아들에겐 물려주지 말자 하며, 4대째는 자신의 길이 무엇인가 고민한다. 도시에서 새로운 자신의 길을 찾는 것도, 가게를 물려받는 일도 결코 가볍게 혹은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담감 보다는 4대째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아버지,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가 식당을 사랑하고 손님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먼저 떠올린다. 사람을 기쁘게 하고 웃게 만드는 일, 그게 사람으로 나서 제일 보람된 일이라고 가르쳐 주는 아버지가 계신 식당, 그곳이 오모리 식당인 것이다. 굳이 벚꽃 만발한 아름다운 표지를 바라보지 않아도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따사롭고 예쁘장하다. 아마 일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따뜻함, 온기... 이 책에는 그것이 잘 살아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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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리오 기담 이즈미 로안 시리즈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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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의 또 다른 필명 '야마시로 아사코'의 기담집이다. 오츠이지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공포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한다, 나처럼...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흥비롭다. 일본이 배경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음직한 민간 전설스러운 느낌의 단편들이다.

 

식재료로 쓰이는 물고기며 채소 뿐만 아닌 모든 사람의 형상들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끝맺음"과 기나긴 머리카락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빗을 주워서는 아니 된다"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긴 머리카락의 여자 얼굴이 그려진 책의 겉표지를 벗기면 보이는 안쪽 표지가 훨씬 마음에 든다. 양장본의 만듦새에도 어울리고 책의 분위기와도 그럴듯하게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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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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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랑을 착각하고 오해하고 두려워하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득하다. 테드는 평생 어린 여자들만 쫓아다니다 죽었다. 그의 유일한 사랑은 루스였지만 그녀에게 버림 받는다. 매리언은 남편에겐 실망했지만 아들들은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지닌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믿지 못하고 루스를 떠난다. 그런 부모와 환경 탓이겠지만 루스 역시 사랑을 얻고 사람을 믿는 데 힘겨워 한다. 그녀와 전혀 상반된 성격의 해나를 굳이 옆에 두고 남자들과 그들의 애정을 시험하는 것 역시 그녀 안에 자리 잡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소 불안정하고 비뚤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서라 생각한다. 아마 이 책 안에서 유일하게 진실되고 솔직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고 꿈을 꾸는 것은 에디 혼자 인 것 같지만 그의 사랑은 이해 받지 못하고 시종일관 비웃음을 산다.

 

그녀가 성장한 후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어린 루스에게서 보였던 많은 장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굳건한 심지 곧음이, 사람을 대할 때의 당당함이, 상황을 바로 보는 눈이 모두 사라졌다. 성인이 된 루스는 다소 어둡고 자심감도 부족하고 약간의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 한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변화하긴 하지만 그 때까지는 꽤나 지루해지고 답답한 느낌까지 든다. 루스 역시 완벽한 짝을 만나고서야 그녀의 본성을 되찾고 편안해 지는 듯 하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특정 상황이나 에피소드, 계기 등에 의해 전환점을 맞고 성장 혹은 퇴보 하며 극 속에 녹아 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쥐고 흔든다. 그들이 좀재함으로써 상황이 바뀌고 이야기가 움직이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나름 특별한 상황과 소재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 다른 책에서 등장한다면 꽤나 주목을 받을 법한 이야기인데 여기에선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뒤의 배경은 흐릿하게만 보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기 보다 사람이 환경을 바꾸어 간다고 이해하는 편이 이 책에 몰입하기 쉬울 것이다. 아, 그래서 초반에 진도가 더뎠던 것인가? 아무튼 재미난 작가를 발견한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자기 인생을 바꾸지는 않기 때문이다. - p.71 ]

 

["누구나 인생을 바꾸고 싶을 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아?"

"그렇긴 한데......나는 잘 모르겠어." 해나가 말했다. "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꼭 무슨 일이 생겼을 때야." - p. 162 ]

 

["당신이 최선을 다 했을 때에만 저도 최고의 편집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작가들에게 하던 말이었다. (저자가 아직 걷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앨런은 말하곤 했다.) - p. 254 ]

 

["나는 한 여자의 전체를 보려고 노력해요." 에디가 해나에게 말했다. "물론 그 분이 늙었다는 건 알지만, 사진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 그러니까 인생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거죠. 나는 나보다 훨씬 젊었을 때의 베스컴 부인을 그려볼 수 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몸에 배어 있는 표정이라든가 몸짓 같은 게 있거든요. 그리고 늙은 여자라고 해서 자기를 언제나 할머니로 보는 건 아녜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어떤 사람 안에서 그 분의 인생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니까요.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는 말을 그쳤다. 스스로 당혹감을 느꼈을뿐더러 해나가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나를 그런 식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해나가 말했다. - p. 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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