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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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것 같은,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상상해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스티븐 킹의 글빨은 시종일관 재미나다. 복수라기보다는 인과응보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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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하 십이국기 4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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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는 봉래에서 자랐다. 태과였기에 십이국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역사나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성이나 마을의 단위, 결혼이라든가 분가, 독립 등의 풍습에서부터 화폐, 도량형, 심지어 호칭에 대한 것까지 아는 것이 전무하다. 어느날 갑자기 그런 낯선 나라의 왕이 되다니 얼마나 어이없고 막막할까. 게다가 이전 여왕들의 치세가 불안정했던 탓에 나라는 황폐해졌고 백성과 신하들의 기대도 바닥이다. 그래도 요코는 알고자 노력한다. 나라를 이해하려 하고 백성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 어떤 가치를 위에 두어야 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생각한다.

 

 상 권에서는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한 스즈와 쇼케이가 등장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려 하지 않고 뭔가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처한 현실에서 불평불만만 가득하여 원망만 늘어놓는 정말 짜증 나는 캐릭터다. 상 권을 읽는 동안 두 캐릭터 때문에 열불이 날 지경이었지만 점차 변해가는 그들을 보면서, 성장하는 요코를 보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 권 뒷부분에 나오는 민중 봉기 장면과 진압에 이르는 과정이 하이라이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성장한 스즈, 쇼케이, 요코의 활약에 괜스레 내가 흐뭇했다.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전투나 전쟁 장면, 반란 및 민란 진압 장면 등이 종종 나오는데 작가는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를 다소 두리뭉실 그려내고 있다. 정말 영리한 수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자신이 없는 부분에서 적당히 치고 빠지는 스킬을 구사하며 전체적인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할 법한 음모나 전쟁 씬처럼 묘사를 하려고 했다면 곳곳에 허점과 오류가 드러나고 독자들에게 뭇매를 맞았을 터인데... 다소 허술해 보일 수 있는 이런 작법조차 이 시리즈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전투, 전쟁 장면 등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십이국기 3편에 이어 4편 역시 통치자의 자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요코는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었고 그 부름에 응답했다.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경의 백성들은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바람은 아직 간절하지 않은가? 그래서 들리지 않는 건가? 재미나게 두 권의 책을 읽어냈지만 연이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인해 우울해져 버렸다.

"인간은 불행을 경쟁하고 마는구나. 사실은 죽은 사람이 가장 가여운데, 누군가를 가여워하면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자신이 가장 가엾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랑 똑같이 기분 좋은 일인지도 몰라. 자신을 동정하고, 남을 원망하고, 정말로 우선해야 할 일에서 도망친 채로……. "

"응. ……맞아."

"누가 틀렸다고 알려주면 화가 나. 이렇게나 불행한 나를 또 나무라는 건가 싶어 원망스러워."

- p. 299~300


"이후로 예전, 제전, 그 밖에 여러 규정이 있는 의식, 타국에서 온 빈객을 맞는 경우를 제외하고 복례를 폐지하고, 궤례와 입례만 허락한다."

"주상!"

재보의 제지에 왕이 대답은 퉁명했다.

"이미 정했다."

"업신여겨졌다고 화내는 자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라는 거지?"

"주상!"

"남에게 고개를 숙이에 함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해야 안심하는 자 따위 내 알 바가 아니다."

- p.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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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해신 서의 창해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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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보살피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은 사실 중요치 않다고 본다. 내 능력이 부족하면 훌륭한 신하를 두고, 내게 해결책이 없으면 다른 나라의 방책이라도 보고 따라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면이나 주위의 이목을 신경 쓰기 보다 그 자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쇼류는 말했다. 봉래에서 나라가 무너질 때 죽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나라가 아직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쇼류는 능력 있고 청렴한 신하들을 요직에 앉히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권력의 단맛에 취한 관리들을 내쳤다. 호화로운 의복을 벗어던지고 백성들의 삶을 직접 돌아보고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모든 백성들이 부유하게 살 수 있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말하는 쇼류가 멋지다. 안국은 이런 왕을 얻었기에 500년이 넘는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게지... 그런데 왜 이런 흐뭇한 이야기는 책 속에, 그것도 판타지 소설에만 나오는 걸까.

로쿠타는 쇼류에게 나라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고야, 나는 너에게 풍요로운 나라를 주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 p. 306

"로쿠타, 조만간 봉래에 가지 않겠어?"

그 말에 로쿠타는 고삐를 쥔 쇼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살짝 돌아본다.

"저쪽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어."

"나는 싫어. 왕을 데려가면 재해가 일어나니까."

두 세계가 본디 섞여서는 안 된다. 억지로 뒤섞어 길을 열면 재해가 일어난다. 기린만 건너가면 그리 큰 피해는 없지만.

"그러니까 혼자 갔다 와."

로쿠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아?"

"사령이 있으니 괜찮겠지."

"남을 따라 하는 김에 봉래도 따라 하게?"

짓궂게 말한 야유에는 쾌활한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요는 나라가 부유해지면 돼." - p. 35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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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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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요코의 삶은 본인의 의지라기 보다 환경과 주변인에게 강한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 엄마, 동생, 직장 상사, 그리고 남자들... 사람에, 상황에, 돈에 휘둘려 요코의 삶은 점점 비참해져 간다. 그러다 처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 살인이었다. 우습게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뛰어들자 되려 일은 잘 풀려가는 듯 보인다. 조력자도 생기고 경찰의 눈도 피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2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는데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코의 뒤를 쫓는 경찰 아야노 역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가 아닌지라 요코의 과거를 추적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막판 반전까지도 참 괜찮은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샌가 요코를 응원하게 되더라.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나 행한 일들이 결코 정상적인 것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많은 이들이 요코가 바랬던 것과 같은 것을 욕망하며 살고 있다고 본다. 단지 그들이 머릿속에서 생각할 때, 요코는 행동으로 옮겼다는 차이뿐.

 

 너는 상경한 지 6년이 지나서야 겨우 도쿄에 있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하고, 어디에 어떻게 가고, 거기서 무엇을 할지.

 이 번화가는 방대한 양의 선택지로 넘쳐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에, 지방에서처럼 '상' 아니면 '하'같이 뭉텅이로 나누는 게 아니라 다종다양하고 세밀한 니즈needs에 맞춘 선택지가 있다.

 이것을 풍요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할 수 있을까.

 도쿄에 있으면 그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아를 고를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너는 지금까지 먼저 '나'라는 존재가 있고, 그런 내가 돈을 쓰면서 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 돈을 써본 적이 없는 인간의, 지극히 단편적인 이해에 불과했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돈의 관계는 그렇게 일방적이고 평온한 것이 아니었다. 더 역동적으로 유동하고 있었다.

 돈을 써서 고른 생활과 경험이 돈을 사용한 자신을 변화시킨다. 돈은 자아를 고르기 위한 도구다. 돈만 있으면, 어떤 인간으로 태어날지조차 선택할 수 없는 자유롭지 못한 이 세상에 저항해, 더 마음에 드는 자신을 선택해 살아갈 수 있다.

 돈만, 있다면.   - p.271~272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다.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자연현상이라 해도 그 앞날을 내다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그게 나의 세상.

 그저 인간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선택지가 없는 자연현상의 의미를 반전시킨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건 마치 뭐든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말 아닌가.

 "자유, 라는 거네."    - p.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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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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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적인 관점에서 읽지 말 것

 

2. 성경에 대해 이성과 논리,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

 

3. 에덴동산, 소돔과 고모라, 욥, 노아의 방주 등 우리가 아는 성경 속의 이야기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4. 인류 최초의 살인자라는 '카인'이 이 땅의 많은 힘없는 피조물인 인간들의 대변인으로서

   여호와 하나님에게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5. 맹목적인 믿음으로 되려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의지 없는 인간들을 대변하는 이가

   어째서, 하필 살인자 낙인이 찍힌 '카인'일까!

 

6. 신의 뜻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이렇게 쓰고 보니 출판사 홍보문구 같구나...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특정 종교인들의 반발이 있지는 않을까 새삼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책을 대놓고 집필한 작가의 뚝심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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