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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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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성장소설이다.
온다 리쿠는 원래 스릴러로 이름이 더 알려진 작가이지만
성장소설류도 꽤나 유명하다.

 

성장소설이나 비슷한 류의 영화 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정신적 성숙이 덜 된 것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신적으로 덜 자랐던, 그 시절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던 아무래도 상관없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루하루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반복속에서 멈춰있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젊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이가 들면
일상은 일상이고
오늘 귀가 길 건널목에서 미처 바뀐 신호를 보지 못 하고 달려온 차에 치여 죽을 가능성도 있는데
오늘과 같은 내일이 당연히 반복되리라 믿어버리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리면
더이상 건질 것도, 깨달을 것도, 바랄 것도 없게 된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라도 알게 되는 것일까...

 

왜 그 나이엔, 그 시절엔
뭐든지 특별하게 보이고
의미가 있을 것 같으며
그냥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은지...

 

사람은 약 20~25세를 기점으로 정신적 반환점에 들어서는지도 모르겠다.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정말 열심히 생각하고 느끼고 발산하다가
그 이후엔 점자 심드렁해지고 잊고 살고 모른척한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면 그땐 그랬지...이럴 땐 이랬었지...하며
되새김질하고 현재 삶에 비춰보며 다시 한번 그 에너지를 얻어보려고도 하는
서글픈 삶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1년에 한번 있는
고교시절의 마지막 보행제에서
스스로와의 내기를 건다.
오랜 세월 의식하고 살아온, 그러나 한번도 마주할 수 없었던
같은 반 클래스메이트이자 이복형제와 말을 해보기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한 보행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되지고 주위 친구들조차 돌아보기 힘들게 하며
발밑을 보며 한발한발 내딛는 게 고작인...
원래 무엇을 위해 걸으려 했었고, 세워둔 계획들조차 버거워지는 보행제는
그들이 살아가야할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뭔가 바꾸어야지 하던 조바심도, 뭐가 이루려했던 바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고
나뿐만 아닌 내 친구들까지 모두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 준다.

 

학창시절의 무의미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것들보다
그들이 하고 있는 보행제가 부러운 것은
나에게도 있었던 그 시절, 그 시간을 기억할 만한 무언가를 내가 잊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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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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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나치 지배하의 독일에서 살았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영혼수거자가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서두에서 그가 소녀를 3번 보았다고 한 것처럼
소녀의 삶과 자아는 3단계로 변화한다.

 

소녀는 입양된 새 가족에게 가는 기차여행 중에
동생이 죽고 혼자 남겨진다.
엄마와 떨어지고 동생을 잃고 양부모를 만나러 가는 기차여행까지가
소녀의 1번째 삶이며 마치 유충과도 같은 시기이다.

 

그녀의 2번째 삶은 양부모와 함께한 세월이다.
원래의 가족과의 이별은 그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익숙했던 세계와의 분리...
소녀가 유충에서 번데기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지하실로 대표되는 그녀의 고치 안, 좁은 세상에서
세상과의 고리인 "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성장은 철저히 지하실에서 이루어지며
심지어 외부세계로 대표되는 유태인청년까지
그 지하실로 들어온다.

 

그녀가 유태인청년, 양부모와 헤어지는 시점에서
드디어 3번째 삶이 열린다.
답답하고 좁은 고치안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익숙하고 안전한 세계와의 이별을 위해
소녀는 큰희생을 치뤄야 하지만
1번째 삶을 벗어날 때도 그러했듯이
성장이란 늘 버겁다.
남겨진 "번데기"역을 했던 소녀의 책을
소녀가 직접 챙길 수 없었던 것까지도 이를 뒷받힘한다.

 

소녀가 바깥세상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게 해줄 "말"이란 것은
참 더디게 이해되며 느릿느릿 흡수된다.
다른 사람의 "말"인 "책"으로 의사소통 방식을 배운다.
힘들게 얻는 한권한권의 책을 몇번씩 곱씹으며
그것으로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아직 스스로의 "말"을 갖지 못한 소녀는
"책"으로 외부와 관계하는 것이다.

 

"말"에는 어떤 힘이 있어서
입밖으로 내는 순간 그 힘이 발휘 되어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가진다고 한다.
어떤 힘을 담느냐는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의 몫이다.
소녀는 그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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