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성장소설이다. 온다 리쿠는 원래 스릴러로 이름이 더 알려진 작가이지만 성장소설류도 꽤나 유명하다. 성장소설이나 비슷한 류의 영화 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정신적 성숙이 덜 된 것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신적으로 덜 자랐던, 그 시절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던 아무래도 상관없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루하루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반복속에서 멈춰있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젊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이가 들면 일상은 일상이고 오늘 귀가 길 건널목에서 미처 바뀐 신호를 보지 못 하고 달려온 차에 치여 죽을 가능성도 있는데 오늘과 같은 내일이 당연히 반복되리라 믿어버리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리면 더이상 건질 것도, 깨달을 것도, 바랄 것도 없게 된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라도 알게 되는 것일까... 왜 그 나이엔, 그 시절엔 뭐든지 특별하게 보이고 의미가 있을 것 같으며 그냥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은지... 사람은 약 20~25세를 기점으로 정신적 반환점에 들어서는지도 모르겠다.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정말 열심히 생각하고 느끼고 발산하다가 그 이후엔 점자 심드렁해지고 잊고 살고 모른척한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면 그땐 그랬지...이럴 땐 이랬었지...하며 되새김질하고 현재 삶에 비춰보며 다시 한번 그 에너지를 얻어보려고도 하는 서글픈 삶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1년에 한번 있는 고교시절의 마지막 보행제에서 스스로와의 내기를 건다. 오랜 세월 의식하고 살아온, 그러나 한번도 마주할 수 없었던 같은 반 클래스메이트이자 이복형제와 말을 해보기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한 보행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되지고 주위 친구들조차 돌아보기 힘들게 하며 발밑을 보며 한발한발 내딛는 게 고작인... 원래 무엇을 위해 걸으려 했었고, 세워둔 계획들조차 버거워지는 보행제는 그들이 살아가야할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뭔가 바꾸어야지 하던 조바심도, 뭐가 이루려했던 바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고 나뿐만 아닌 내 친구들까지 모두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 준다. 학창시절의 무의미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것들보다 그들이 하고 있는 보행제가 부러운 것은 나에게도 있었던 그 시절, 그 시간을 기억할 만한 무언가를 내가 잊고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