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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뭉클'할 수 있다는 건 아직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소한 거에도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아직
젊다는 증명이기도 하고, 물론 늘어가는 주름살이나 뱃살 등은 다른 얘길 하겠지만. 그래서인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들은 소녀스럽다. 보고 있으면
슬며시 웃음이 나고 기분도 괜찮아진다. 그렇지만 땀 흘리는 아저씨나 재킷 소매에 밥풀이 말라붙어 있는 채 다니는 걸 보고도 '뭉클'하는 건 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우라를 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멀다. 이야기 속을
어슬렁거린다.
진짜 나는 여기에 있어요! 빔을 쏘아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연애하기도 하고, 형사가 되기도 하고, 전국시대에서 싸우기도 한다.
넘보기 어려운 남자다~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서 책을 읽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로 얼마 전의 일. 지하철에서 눈앞에 앉아 있던 삼십대 샐러리맨은 최고였다. 읽고 있던 문고본 책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던 그는
드디어 다 읽고 나서 책을 탁 덮었다.
앗, 이제 이쪽 세계로 돌아오는 건가.
생각했더니 간발의 차도 없이 가방에서 하권을 꺼냈다! 통근하면서 하권까지 준비하다니, 넘보기 어려운 남자에도 정도가 있지.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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