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어른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된 지금, 가능하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조심하는 이유는 물론 쓸데없는 미움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에게 일찍부터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다.

실은 과거의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다. 나는 늘 미래의 자신과 여러 가지 약속을 해왔다. 난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안 할 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약속한 '말'이 많이 있다.


- p. 136 '요즘 애들은 불쌍해'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이성의 세계사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녀사냥들
정찬일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권으로 뭉뚱그려놓은 책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기껏 시간 들여 읽었지만 뭔가 얻기엔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만 내가 어떤 특정 주제에 관심이 생겨 거기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 경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런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역사나 철학, 인문학 등의 분야에 이런 책들이 많다. 한 권으로 읽는 ~사, ***를 통해 보는 유럽이야기, 영화에 등장한 세계사 명장면(걍 떠오른 대로 쓴 건데 이런 책 있을 듯 하다) 등등


이 책은 마녀사냥이라는 주제 하에 쓰여진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재판/로마대화재와 기독교인 박해/병자호란과 환향녀/중세 마녀지옥/드레퓌스 사건/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매카시즘/홍위병과 문화대혁명/캄보디아 킬링필드/르완다 대학살 순이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주제들이고 호기심도 일만한 내용들이다. 실제로 전에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서술한 책을 읽어보려 한 적이 있는데 너무 방대한 양과 종류에 식겁하여 관둔 적이 있다. 이 책은 각 사건의 골격과 관련 인물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차분히 설명해주어 독자로 하여금 더 파고 들어가기 쉽게 만들어 준다. 내 경우 캄보디아와 르완다 부분에서 추가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만들었으니 입문서로는 아주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다.


비이성, 말 그대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벌어진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들이다. 이런 아프고 창피한 역사가 이 책에 열거한 10가지 밖에 없겠냐마는 이거라도 제대로 알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비록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해자로 기록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마음대로 되겠냐 싶긴 하지만... (이미 피해자로 살고 있는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사오기 전에 살던 지역의 도서관에 신청했었다가 거절당했던, 아픈 추억이 있는 책이다. 도서관 소장 도서에 없길래 희망도서로 신청했었는데 뭐라더라, 만화나 라이트노벨 류의 책은 구매가 안 된다던가... 뭔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했는데 다른 도서관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납득했다. 출판사에 근무하시는 분들, 제발 책 표지 이렇게 만들지 마세요. 어렵다는 출판계에 보탬이 되고자 괜찮다 싶은 책은 나도 사고 도서관에 신청도 하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꽤 되더라... 제발, 표지 좀...

하긴 그 때 그 도서관은 책 제목만 같은 전혀 다른 소설을 이미 보관중인 책이라며 희망도서 신청을 반려하기도 했다. 물론, 난 전화해서 조목조목 따졌다. 사과는 받았지만 책은 사주지 않았다. 그 해 연도 예산을 다 썼다나... 나참, 별일이 다 있었다.


예전에 어떤 학교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맨날 사고치고 말썽 부리는 애들은 조마조마하고 지긋지긋한 것이 사실이지만 졸업시키고 나면 걔들이 젤 그립고 생각이 난다고.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시키는 것들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아이들과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추억할 만한 뭔가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잡으러 다니고 야단치고 벌 주고 뒷처리 하느라 좇아다니질 않으니 함께 할 시간도 적다. 사고뭉치이자 말썽꾼들이 선생님들과 유대가 더 돈독해 지는 건 당연지사다. 친구들, 선후배들에게도 이런 애들은 영웅처럼 기억되는 법이다. 그 애들이랑 같은 때에 학교를 다녔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학창시절도 함께 즐겁고 유쾌한 기억으로 가득차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런 열정과 에너지는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나보다. 이 책은 그런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뭔가 신나고 에너지 가득한 책이 보고 싶어 골랐다. 내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내 학창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만들었다. 나 역시 꽤나 시끌벅적하고 재미나게 보낸 편이라 남길 후회 같은 건 없다. 사회생활에 찌든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뭔가 재미난 일 없나하며 종종 투덜대지만 사실 부족한 건 재미난 일 그 자체가 아니라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신나게 보낼 내 의지나 에너지가 바닥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그렇게 나이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뭔가 벌여볼까나...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었다. 그런데 해리 홀레 시리즈보다 낫더라.


요 네스뵈는 이야기를 잘 꾸려나가는 작가다. 재미도 있고 상상의 여지도 충분하고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게도 할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볼 때 이 작가에게는 꽤나 큰 단점이 보인다. 작품을 읽다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늘어놓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 지나치게 많다. '시'라는 장르도 그렇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역시 마냥 벌려놓는다고 좋은 건 아니란 말이다. 물론 이 분야의 유명작들 중에는 전혀 연관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과 소재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마치 퍼즐의 그것처럼 꼭 맞아들어가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방식을 훌륭히 다루고 있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유독 두꺼운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에는 여러 소재들이 병렬구조로 늘어서 있을 뿐 연결고리는 무척이나 약하고 다소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것들을 쳐내더라도 이야기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 '아들'은 심플하고 간결하다. 꼭 필요한 재료들이 모여 제대로 맛을 내고 있다.


소니는 존경하던 아버지가 부패한 경찰로 자살하자 철저하게 망가진다. 전도유망했던 레슬링 선수로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마약에 절어 지내며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니는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과 마약을 꾸준히 공급해주는 대가로 자신에게 대신 살인죄를 넘기고 살아가는 진짜 범인들을 직접 단죄하러 탈옥한다.


이야기는 '소니'를 중심으로 흐르지만, 시몬 케파스 경장이나 마르타, 카리, 엘세 역시 자신의 지난 세월에서 뻗어나온 과거의 기억과 흔적들에 매어 있고 여전히 그 영향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다. 소니의 복수극도 흥미롭지만 각자가 본인의 과거와 어찌 이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지도 비교해 보는 재미도 꽤 나쁘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 아들의 의무는 아버지처럼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문장이 있다. 동감이다. 그래야 옛것은 흘려보내고 세대가 바뀌며 세상이 변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어 왔던 사람들은 이 작품의 스타일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전개가 빠르고 밑밥도 없으며 진도도 쭉쭉 나간다. 지지부진하게 사건의 주변을 계속 배회하며 변죽을 울려대다가 많은 페이지만 잡아먹는 전작들과는 무척 다른 방식이다. 출판사가 작가를 숨기고 출판했으면 몰랐을 수도 있겠다. 다만 요 네스뵈를 이 책으로 시작한다면, 해리 홀레 시리즈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 속에 무심코 오래 서 있다가 어느 순간 너무 젖어버려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아들'은 따뜻하고 빛이 느껴지며 개운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은 불편하다. 잔인한 설정과 묘사가 너무 지독한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피해자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고 그 고통과 절망의 깊이를 잠깐이나마 엿보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책에 쓰여있는 텍스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책 속의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다니, 언뜻 들으면 굉장히 그럴듯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대상이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라 스릴러 소설이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납치되어 감금된 채 끔찍한 고문과 성폭행을 당하는 소녀가 등장하고, 해부하고 있던 시체에서 납치된 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는 법의학자 파울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등장한다. 말 그대로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 줄줄이 이어진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법체계의 처벌 수위는 일반인이 기대하고 상상하는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어린 소녀에게 온갖 몹쓸 짓을 다하고 더 큰 고통을 예고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만든 범죄자들의 처벌보다 세금 탈루나 공금 횡령 등의 범죄로 대한 형량이 훨씬 무겁다. 세상살이 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처벌기준에도 가진 자들의 논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힘 없는 어린 소녀와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물리적 고통과 충격 따위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일시적인 금전적 손해가 지닌 가치에 이르지 못한다는. 도대체 이 지구 상에 사람답게 살만한 곳이 있기는 한건가.


스릴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작품이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1인으로서는 우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느라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너무 소비한 듯 해서 다음엔 좀 더 가벼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눈은 책 표지에 나와있는 작가의 다른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일단 다음 책까진 텀을 좀 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