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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평점 :
바람이 분다, 가라
바람이 분다. 가라는 상당히 한강작가의 필력이 많은 작품인 것 같다.
시작은 한 여류 화가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이전 한강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있었다.
결, 마디, 틈이 존재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막연함, 스러지듯 휘청이는 이탤릭 활자, 정처없이 떠다니는 감정의 부유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을 자꾸 더디게 붙잡았다.
이 소설은 작가가 4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치열함이, 새로운 소설을 만났다고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또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식물주의를 넘어, 우주를 향해 가는 듯한 작가로서의 확장된 진폭이 다분하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예의 그녀가 얘기하는 검정의 이미지다. 검정은 한강에게 어떤 존재인가? 단순히 어둡고 축축한 죽음의 이미지일까? 식물처럼 말간 영혼을 도드라지게 하는 일종의 장치일까? 책을 읽는 내내 '검정'이 먹이 번져가듯 내 마음을 두드린다.
이 소설의 화자인 이정희는 죽은 서인주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그녀의 죽음을 현실로 왜곡시켜 끄집어낸 강석원의 등장에, 이정희는 인주의 죽음을 파헤치며, 인두에 새겨진 상흔처럼 과거로의 탐색을 시작한다. 인주의 삶, 그 중 절반은 정희의 삶이기도 했다. 인주에게는 철저히 자신을 무너뜨리며 죽은 엄마가 있었고, 정희는 매일 같이 파스와 담배진 냄새를 풍기는 연약한 엄마가 있다. 물론 소설의 뒷부분에 가서야 인주 엄마에 대한, 대물림된 피의 정체가 드러난다.
영혼까지 상처받은 두 여자. 인주에게 전 존재를 걸어 그녀의 죽음을 방기하고, 정희까지 죽이려 했던 강석원, 혈소판 부족이란 치명적인 병을 안고 태어난 외삼촌 이동주, 그리고 소설의 뒷부분에 가서야 비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인주의 엄마 이동선이 등장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정점에는 인주 엄마를 사랑했던 류인섭이 있다. 결국 붉은 먹이 점점이 번져나가 도처에 피를 불렀던 슬픈 가족사. 그 피가 심장에서부터 고동쳐 손짓하는 결말은 처연함을 넘어서, 존재의 절대 고독을 만나게 한다.
인주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이것을 해결해나가는 정희. 그리고 인주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 많은 상처, 많은 이야기들. 결국 인주 엄마가 미시령 고개에서 겪은 유년의 상흔, 시간이 흘러 미시령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우발적인 죽임을 당했던 인주의 아빠 얽히고 설킨 상처와 그것을 들쑤시는 고통에 내내 눈길이 머물렀다.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인주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강석원의 말을 빌리자면, 인주가 사랑한 사람이 정희였다는 사실. 그리고 외삼촌과 정희의 관계를 알고, 남모르는 질투와 살의를 느꼈던 인주는 결국 미시령 고개에서 내처 차를 몰았다.
세찬 겨울 바람에 온몸이 오싹할 정도의 스산함이 밀려온다. 부유하듯 혼란스러웠던 감정들, 시선들, 사람들이 말끔히 정리된 기분이라고 할까. 결국 죽음을 택했던 인주는, 마지막까지 삶을 부둥켜안고 소리치던 정희는 어디로 향한 걸까? 누구에게나 피투성이 같은 상처가 있다. 풀기 힘든 오해가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그곳엔 바람이 분다. 우주 저 멀리서 생성 이전의 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없는 그 곳. 인주는 그곳을 향했고, 정희는 그곳을 바라본다.라는 글을 마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채식주의자
이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고 좋은 것 같다. 민부커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내용의 책인데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지만 불편하고 읽어보는 내내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채식을 하는 주인공의 내용인데 상당히 이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채식을 한다는데 이유가 필요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하기도 하지만 없는 경우도 있다. 이유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개 들어보면 동물을 사랑해서 미안해서 어떤 다큐, 영화를 보고 기타등등 이다. 어차피 모든 개인의 이유들은 다양하다. 채식을 한다고 하면 왜 주변인들은 마치 검열하면서 물어보는데 왜 채식을 하는데라는 소리가 대표적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고 이 책속의 주인공도 그렇다. 주변에서 왜 채식을 하냐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어본다. 그때마다 일관되게 꿈 때문이라 대답하는 주인공을 남편은 부끄러워한다.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지만 채식을 하는 거에 있어서 떳떳한걸까에 대한 물음과 생각이 나온다.
그냥 먹는 거에 있어서 '채식'을 한다는 건데 주변에서는 만류하기 바쁘다. 가족이라는 관계속에서 이루어지는 폭력들.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권력과 남자라는 힘으로 개인의 의지를 짓누르는게 것들이 책에서 다양하게 보이며 부작용이 나타난다. 책을 읽다보면 불편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향하는 쪽은 항상 주인공보다는 다른 그 주변인들이다.
왜 한강 작가가 이 책은 고통 3부작이라고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뜻을 이해가 안 됐는데 책을 보고 읽고나니 이해가 된다.
첫번째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두번째 몽고반점은 주인공 영혜의 형부, 세번째는 영혜의 언니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나무불꽃으로 스토리가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괴롭고 불편한 생각이 들수도 있다. 그렇지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필력과 스토리라인이 생생한 글의 표현으로 머릿속이 떠나질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서 상당히 좋은 것 같고 작품성이 있는 것 같다.
내 여자의 열매
내여자의 열매는 다양하게 읽어볼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1996년 봄에서 2000년 봄까지, 5년 동안, 그의 단편 8개가 실려 있다.
소설집 속에 실린 순서는 아래와 같은데, 나는 그렇게 읽지 않고, 연대기순서로 읽었다. 시간에따른 그의 내면의 탈바꿈이나 성숙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흰 꽃, 철길을 흐르는 강 1996년, 내 여자의 열매 1997년, 어느 날 그는 1998년,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기 부처, 아홉 개의 이야기 1999년, 붉은 꽃 속에서 2000년
순서이다.
이번 8개 단편들 가운데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이것 하나만 살짝 갸우뚱하는 구석들이 나에게 있었고, 그 나머지는 다 좋았다.
특히 어느날 그는, 해질녘, 아기부처, 붉은꽃 속에서, 내 여자의 열매 순서로 좋았다. 읽으면서 한강의 가부장제관념에 주목했다.
이제껏 한강작업들 속의 남자캐릭터들은 대부분 무능한사람으로 그려지는데, 어느날 그는이나 해질녘을 비롯 여러 작업들 속에서, 그런 남자루저들의 서러움 또는 취약함을 한강이 한결 다정해진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취약함과 서러움을 치밀하게 서정적으로 시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한강작가 소설속에서 여자들은 늙은여자, 젊은여자로 나뉘는데, 이번 작품들 속에서는 젊은여자들이 늙은여자, 어머니들을 더많이 닮고 더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한강작가는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심리학소설 계보라고 생각한다.
무척 예민하고 깨지기쉬운 유리장같은 정서의 결을 극도로 치밀한 지성주의로 짚어나가는 부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직까지는 충격적일 정도로 생각지도못한 쇼크를 그의 작품에서 받진 못했으나, 그의 문학에서 내가 받는 신선함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그의 문학적인 지성의 유니크함이 있는 것 같다.
한강작가의 다양한 작품성을 볼수 있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