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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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향해 가는 백 번의 실패에 관하여


처음 이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전생과 환생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답게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을 쏟아붓는 작품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이 결국 하려던 이야기는 훨씬 단순하고 훨씬 아렸다.


주인공 외제니는 퇴행 최면을 통해 자신의 전생들을 여행한다. 수메르의 이슈타르로,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로, 이집트의 조각가로. 매번 다른 이름, 다른 몸, 다른 시대를 살지만 그 여정에서 그녀는 계속 같은 영혼을 만난다. 그리고 매번, 끝내 이어지지 못한다. 부모의 반대로, 사회적 시선으로, 용기의 부재로, 혹은 그저 타이밍이 어긋나서. 108번의 생 동안 단 한 번도 완성되지 못한 인연이라니 — 처음엔 이 설정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이게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면서 스쳐 지나간, 끝내 이어지지 못한 인연들이 다들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단순히 로맨스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소르본 대학 도서관 습격 사건과 다섯 손가락 예언을 통해 현재 시점의 서사도 팽팽하게 당겨져 있고, 그 밑에는 지식이 세워지고 파괴되고 다시 세워지는 문명의 반복이라는 훨씬 커다란 질문이 깔려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히파티아로 이어지는 지식 전승의 계보를 따라가다 보면, "지식의 사원이 생기는 순간 그것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나타난다"는 문장이 단순한 설정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힌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거창한 개념들이 아니라 이 한 문장이었다. "당신의 생각을 조심해요, 그것이 당신의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고, 결국 영혼의 운명이 돼요." 담담하게 던져지고 지나가는 문장인데,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12만 년 전 동굴 속에서 끝내 포개지지 못했던 두 입술이, 아주 오랜 시간을 돌아 마침내 다시 가까워지는 순간 — 비상벨이 울리며 소설은 그대로 끝난다. 처음엔 얄밉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게 이 소설다운 결말이었다. 이 책은 시종일관 완성이 아니라 여운을, 도착이 아니라 과정을 이야기해왔으니까. 백 번의 생 동안 이어지지 않았던 사랑이 백한 번째 생에서 완성되는지 아닌지, 작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이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방대한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 그 안에 오래도록 스며 있는 애틋함까지 — 베르베르의 최신작다운 스케일과, 그럼에도 결국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가장 작고 오래된 질문을 함께 품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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