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한여름의 노이즈
김현철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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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황금드래곤 문학상 본심 진출작 여섯 편을 묶은 앤솔러지라는 소개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의아했다. 신화와 괴담, SF와 미스터리,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한 권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작품들을 하나로 묶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여섯 편 모두 결국 인간이 끝내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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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의 골렘》은 신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의외로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주어진 역할과 사명,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의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화 속 이야기이지만 결국 자유의지와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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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의 신호》는 가장 조용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사라진 것들이 정말 사라지는 것인지, 끊어진 신호 너머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는다. 읽는 동안 오래된 전파를 잡으려는 라디오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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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묘한 분위기를 느낀 작품이었다. 도깨비 고개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함께 보여준다. 원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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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기옥》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 둔 욕심 하나쯤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대한 악보다는 사소한 욕망과 자기합리화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묵직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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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假稱: 가멋》은 여섯 편 중 가장 날카로운 작품이었다. "차이는 지옥이었다."라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언어와 구분, 그리고 이름 붙이기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동시에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읽고 나서도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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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준 라이스와 종말의 맛》은 가장 따뜻한 작품이었다. 종말이라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도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의외로 사소한 기억과 취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익숙한 음식 하나, 좋아했던 장소 하나가 삶을 붙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감되었다. 종말소설이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장르의 다양성 자체가 아니라 그 다양성이 결국 하나의 정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여섯 편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두 상실과 욕망, 선택과 그리움,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한다.


덕분에 《한여름의 노이즈》는 단순한 장르소설집이라기보다 여름밤에 들려오는 서로 다른 소음들을 모아 놓은 기록처럼 느껴졌다. 이야기들은 모두 달랐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하나의 긴 여운으로 남았다.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한 권 안에서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앤솔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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