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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평점 :
나는 정말이지 권여선 작가가 이렇게 유쾌하고 인간적인 애주가일 줄은 몰랐다.
확실히 산문이라 그런가,
<술꾼들의 모국어>를 읽었을 땐
소설에서 느껴지는 작가 권여선이 아닌
그저 술과 안주를 사랑하는 인간 권여선을 본 느낌이었다.
그의 어렸을 적 까다로운 식성부터 해서
차츰 나이를 먹어가며 마치 도장깨기 하듯 경험해 나가는 음식들.
그렇기에 그가 소개하는 안주들에는 그의 시간과 추억과 사람들이 얽혀있다.
꼭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어머니'처럼
'냉면 하나에 애인과 순대 하나에 선배들과 고로케 하나에 어머니'인 셈이다.
술꾼 권여선이 소개하는 여러 안주들을 보다 보면
활자뿐임에도 입맛을 쩝쩝 다시게 되고
괜히 나도 요리를 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부모님께 안주 요리를 해주고,
술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뜨끈한 쌀밥에 짭조롬한 젓갈을 올려먹는 상상을 마구 하게 된다.
그래, 이게 바로 음식의 힘이지.
말만 들어도 입맛이 살고 배가 슬슬 허전해지는 게 음식이지.
안 그래도 먹을 게 많은 가을이기에, 선뜻 이 책을 추천하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저 입맛이 너무 돌아 매일매일 '떵개'하게 될까 봐.
그래도 선선한 갈바람 맞으며 만족스러운 안주에 술 한 잔 산뜻하게 넘겨낼 때의 그 행복감을 어찌 참으리.
모든 건 독자의 몫.
나는 일단 촉촉하고 매콤한 김치만두나 사먹어야겠다.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