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야마 시리치 단편 연작 소설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고즈키 겐타로. 뇌경색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고즈키 개발 대표이자 72세 노인. 이 노인이 마을에 일어난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것도 휠체어를 타고서요. 안아무인인 성격에, 남을 깔아 뭉게는 듯한 말투로 경찰을 동네 개처럼 취급하며, 미성년자 은행 강도들에게 호통을 치며 자신이 인질로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채용 각서까지 씁니다. 참으로 대단한 노인이네요.
이 할아버지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수백억의 자산가라 돈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돈 보다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내며 인내와 끈기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 할아버지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닌 듯 싶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재활 운동으로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전함 모형을 고도의 집중력으로 완성 시키는 모습을 읽었을 때는 저 역시도 통쾌함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아, 결국 이 영감 해냈구나"
나카야마 시리치의 소설이 멋진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의미심장한 대사와 독백들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입니다.
- 재활치료는 기능 회복 훈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희망을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133p
- 어떻게든 불리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건 전부 취미일 뿐이야. 165p
- 하긴 불편하기야 하지. (자신의 하반신 마비) (중략) 하지만 말이야, 이게 없으년 생활할 수 없다는 논리라면 안경과 같지 않을까? (중략) 뭐를 장애라고 하는 걸까. 그건 의외로 본인 마음 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 168p
- 사람을 부리는 일은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다. 313p

철학책이나 에세이에 나올 법한 문장들이 사건의 전개 중에 불쑥 튀어나옵니다. 이런 말들이 덧붙여져 사건이 사건 자체를 뛰어넘어 삶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읽다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도 듭니다. 사람과 사물을 주위 깊게 살펴보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내고, 난해하고 까다로운 사건을 독창적으로 풀어냅니다. 이런 이유로 나카야마 시리치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