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저자는 일명 ‘뒤통수치는 건축’, ‘당황시키는 건축’ 을 표방하는 건축가로 한양대학교와 베이징의 청화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건축가 렘 콜하스의 ‘OMA’와 승효상의 ‘이로재’를 거쳐 한양 대학교 겸임 교수 및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역임했다. 제 역할을 잃어버린 도시의 죽은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관습화된 공간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특기로 월드 아키텍처 어워드 세계 건축상, 미국 <아키텍처럴 레코드> 선정 ‘디자인 뱅가드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는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part1-건축은 도발이다’ 는 ‘제약 조건’ 의 필요성과 ‘타자 의존성’으로 인한 건축가의 어려움, ‘비움’의 의미 등,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part2-우리가 그 도시를 사랑한 이유’ 에서는 각 도시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다룬다. 세계 최고층의 수직형 빈민가와 도시가 성장하면서 등장한 도로나 철도 위에 지어지는 대규모 복합단지, 지하에 지어진 콘서트홀과 수영장 등의 다양한 건축 형태와 허물어지고 있는 공간의 경계에 대해 언급한다. ‘part3-왜 만들다가 아니고 짓는다일까?’ 는 관계성을 담은 공간적 가치로서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이 건축을 완성한다는 부분이 인상깊다. 건축은 머무는 사람의 사고 방식과 관계성에 영향을 미치며 머무는 사람의 시간이 생명력 있는 건축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말에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거창한가 싶지만 각종 범죄의 소굴로 전락해 완공된지 18년만에 폭파된 대형 아파트 단지 ‘프루이트 아이고’ 의 사례를 본다면 영향력이 아예 없다고 하긴 힘들것 같다. 사람이 일생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아마도 집일 것이다.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내 평생 거주했던 모든 공간은 항상 거실, 안방, 작은방, 주방, 현관 등으로 구획되어진 사각형이었다. 머무는 자의 시간에 의해 완성되는 공간과는 거리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저자가 소개하는 세월을 바르고 시간으로 완성되는 공간에 머물러보고 싶다. 

건축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건축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흥망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다양한 건축 이야기도 재밌고 건축에 대한 애정 담긴 건축가들의 ‘문장’들이 공간에 대한 환상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