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2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 더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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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략가, 잡초

 

'전략가, 잡초'는 독특한 책이다. 약초나 아름다운 꽃이 아닌 바로 잡초를 다루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인 '잡초'라는 단어에 있는 ''이라는 단어 자체는 말 그대로 잡스럽고, 방해가 되는 형편이 없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즉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풀이 아닌 쓸데없는 풀, 멀쩡한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나쁜 풀, 그래서 눈에 보이게 되면 파내야하는 풀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잡초에 관한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잡초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남는지, 때론 동면하는 것처럼 싹을 틔우지 않고 기다렸다가 싹을 틔운다. 잡초를 포함한 야생식물들은 이러한 1차 휴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깨어났던 씨앗은 자신이 제대로 자랄 수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다시 2차 휴면에 들어가기도 한다. 전략이 있는 식물인 것이다.

 

책의 4장에는 다양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갖고 생존하는 잡초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책에는 수많은 잡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8장에는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는데 참 멋지다. 잡초가 아직 그 쓰임새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실제로 그 잡초가 무가치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아직 자신이 쓸모없어 보이고 별다를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자신의 그 가치(갖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를 발견해내면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9장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인 잡초에도 언급된다. 길거리에서 여기저기 나 있는 잡초는 정말 행운의 결정체이다. 작잡초는 실제로 몇 만 몇십만이나 되는 씨앗을 생산하는데, 그 가운데 실제 무사히 싹을 틔워 성장하는 잡초는 몇 립 밖에 되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는 더하다. 수억 개 중 뽑힌 단 하나의 정자가 (그것도 정상적으로 수정되었을 경우에만) 200만 개의 원시난포에서 만들어진 난자 하나와 만날 때 수정이 되는 데, 긴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서 단 한 부부가 되어 그들 가운데에서 태어날 확률은 어마어마하다. (사실 그 아버지와 어머니들도 양친 모두의 부모님들이 만나야 자녀로 태어날 엄청난 확률을 뚫고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부여받지 못한 다른 수많은 존재들을 대표해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생명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책이 끝나게 된다.

 

다양한 잡초의 이야기와 거기와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고 너무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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