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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가장 어두운 길 위에서 발견한 뜨거운 희망의 기록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평점 :
<와일드 Wild>는 미국 여성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4,285km에 달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도보로 혼자 95일간 걸으며 상실을 회복해가는 여정을 담아낸 여행 에세이다.
p.15
PCT란 캘리포니아 주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9개의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황무지의 도보여행길이었다..... (중략)..... 캘리포니아 주, 오리건 주, 워싱턴 주 전체에 해당하는 거리를 가로지르는 이 장대한 여정에는 국립공원들은 물론 여러 황무지와 연방 정부, 인디언 부족, 그리고 개인 소유의 땅과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막과 산맥들, 그리고 열대우림이며 강과 고속도로까지 거처야 하는 길이었다.
셰릴이 PCT 여행을 시작한 때는 26세의 6월 초순으로 PCT가 공식적인 도보 여행길로 인정된 지 겨우 두 달 지난 후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PCT가 뭔지도 모르는 초창기였다.
그녀는 4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잃은 후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엄마의 나이는 고작 45세였다. 19세에 결혼한 엄마는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자상한 남자와 미네소타 주에서 히피와도 같은 생활을 했다. 결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사랑을 주었던 엄마였다. 하지만, 셰릴은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자신을 사랑하던 남편이 있음에도 마약과 외도를 일삼으며 남편과 자신을 속이는 피폐한 삶을 이어갔다. 결국, 남편과 자신을 위해 이혼을 택하고 자신을 찾기 위한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바로 PCT 여행이었다.
나는 변해야만 했다.
나는 변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그 계획을 세우는 몇 개월 동안 나를 밀어붙이는 힘이 되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예전 모습을 되찾겠다는 뜻이었다.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지닌, 눈이 맑고 의욕이 넘치고 윤리를 거스르지 않는 그냥 보통의 좋은 사람. PCT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었다. 그곳을 걸으면서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참이었다. 내 인생을 이처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 모든 것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채 내 의지와 힘을 다시 찾을 생각이었다. p.110
몇 개월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셰릴은 스스로 일어설 수조차 없는 거대한 배낭을 짊어지고 멕시코 국경의 사막에서 출발해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9개의 산맥을 넘는다.
자신의 키보다 크고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메고 수십 킬로를 걸으면서도, 그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챙겨간 소설과 시를 읽는다. 그녀의 꿈은 작가였다.
중간에 만난 도보여행자로부터 짐을 덜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등산화 한 짝을 절벽 아래로 떨어트려 절망감에 쌓여 테이프로 샌들을 동여맨 채 수십 킬로의 황무지 길을 걷기도 한다.
마실 물이 떨어질 때는 준비해 간 휴대용 정수기와 요오드 용액을 이용해 더러운 호수물을 정수시켜 끔찍한 갈증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산길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방울뱀과 곰, 여우, 사슴, 한밤중의 개구리떼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하면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자연과 부딪히지만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4285km의 여정 중에는 폭염과 비바람, 추위, 심지어는 폭설로 인한 빙하, 빙벽 등 자연과의 싸움이 있었고, 곰과 여우 등의 야생동물, 심지어 빅풋(사스콰치)에 대한 공포, 여자로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 침묵, 고독, 배고픔이 항상 그녀와 함께 였다.
텐트를 치고 바닥에서 잠을 자고, 단백질을 물에 풀어 밥을 해먹고, 배고픔을 참고, 혼자 어두운 숲속과 뜨거운 사막, 눈길을 거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발톱이 빠지고 까지고 온통 물집으로 엉망이 된 두 발, 멍들고 굳은 살이 박힌 등과 어깨, 며칠 동안 땀을 흘리고도 씻지 못해 악취가 나는 몸 등등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인 고통과 뼈를 파고드는 외로움에도 셰실은 걷고 또 걷는다.
엄마의 죽음이 모든 것을 다 망쳐버렸다. 내 인생도 망쳐버렸다. 내 어린 시절의 교만이 절정에 달했을 때 엄마의 죽음이 나를 끝장냈다. 나는 어느새 강제로 훌쩍 어른이 되어버렸고 동시에 엄마의 잘못들을 모두 다 용서해야만 했다. p. 495
혼자 외롭게 걷는 깊은 숲과 흙먼지 길에서 셰실은 젊은 나이에 죽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회한으로부터 어느새 자식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 또한 폭력적인 아빠 때문에 힘들었던 어린 시절로부터 스스로 회복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날 밤, PCT에서 어두워지는 대지를 바라보며 나는 이제 아버지때문에 놀라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그보다 놀라운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안의 마음이 마치 강물처럼 열리는 것 같았다. p.436
다음 날 아침, PCT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행복해서 우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나 아버지, 폴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PCT에서 보낸 힘들었던 50일과 그전에 살아왔던 9,760일이 드디어 내 마음을 채워준 것이다. p.437
6월 초에 시작한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가을로 접어들고 6개의 발톱이 빠지고 몸은 괴로운 상태였지만 자신이 계획한 컬럼비아 강 '신들의 다리'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녀는 인생의 비밀을 깨닫는다.
이제 나는 믿게 되었다. 더는 무언가를 잡으려 텅 빈 손을 물속에서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지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알게 되었다. 다른 모든 이의 인생처럼 나의 인생 역시 신비로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이 고귀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바로 이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한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책을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놀라웠다.
3개월간 그것도 거대한 대륙 미국에서
여자 혼자 9개의 산맥을 넘고
사막을 건너고 폭설로 쌓인 산을 넘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솔직히, 셰실 스트레이드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여행했던 90년대나 현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사건, 사고가 잠복해 있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혼자만의 여행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책에서도 세실이 말했듯이,
산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위험한 용기에 입을 딱 벌렸고 놀라움과 존경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외롭고 고통스럽고 길었던,
때로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통해
셰릴은 두려움과 고통, 고독을
넘어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모습.
보통의 좋은 사람으로 회복되었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4년 후 남자친구와
PCT를 한 번 더 갔고, 결혼을 했고 두 아이를 낳았으며, 작가가 되었고 현재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https://m.blog.naver.com/winterlake21/223629436689